“편안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같은 산문 모음”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5. 3. 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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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던 정끝별 이화여대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가족 등 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그 속에서 성숙해진다는 것을 기초로 한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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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의 첫 산문집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정끝별 지음|민음사 펴냄|228쪽|1만8000원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던 정끝별 이화여대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체성 중심에는 시인이 있다. 정 교수는 시에 생명이 지닌 것들을 탁월한 리듬과 시어로 담아내 왔다. 그런 그가 첫 산문집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을 펴냈다.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이라는 제목은 정 교수의 부친이 준 짧은 아포리즘(Aphorism·격언)을 바탕으로 한다. 인연의 줄기를 타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나마 아름다운 관계는 질질 끌지 말고, 거절할 건 거절하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다섯 장으로 구성된 산문집은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 등 생의 인연들을 되새기는 추억담들이 대부분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가족 등 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그 속에서 성숙해진다는 것을 기초로 한 글들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 내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사람, 그들의 이름에 따뜻한 빛을 내걸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내가 모방하고 인용하고 표절하며 살았던 가족들, 그러니까 내 시작과 끝 혹은 내 둘레와 바탕에 대한 기억이기도 할 것이다. 기다리며 지키고, 견뎌내며 버티고, 지치지 않고 지지 않으려, 그렇게 살고 싶었던 내 삶에 대한 기념이라고나 할까."

정 교수는 어머니의 음식이나 아이 등 그동안 시 속에서 보여줬던 소재들에 관한 이야기도 부드럽게 풀어냈다.

"나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열두 살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척척 꿈꾸고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아이는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내가 아이로부터 배운 것은 행복을 구울 줄 아는 기술, 그 행복을 나눌 줄 아는 배려, 그 행복을 진정으로 신뢰하는 믿음이었다. 아이의 작은 정성으로 행복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작은 마음 하나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 진부한 문장을 도무지 믿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 전반에서 정 교수는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보고 싶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일은 즐겁다. 만나는 사람, 그날의 계절이나 날씨, 용무에 따라 밥집과 메뉴를 정하는 일은 일종의 생활예술에 가깝다. 그 마음이 조화롭게 잘 맞아떨어졌을 때의 즐거움은 몸의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잘 먹은 밥 한 그릇이 내 삶의 징검다리다. 내 영혼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뜨시뜨시한 밥 한 그릇이 있어 나는 오늘도 집 밖을 나선다. 밥심이 뱃심이고 뒷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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