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 다 같지 않다?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핵심" [인터뷰]
모든 식물의 꽃가루가 알레르기 일으키는 것은 아냐…유발 원인 파악 필요
알레르기 검사 바탕으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야
봄이 되면 나무가 푸른 싹을 틔우고, 꽃이 만개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곤 한다. 하지만 모든 이가 이런 꽃이 그려지는 풍경을 즐겁게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는 환자들은 봄바람과 함께 각종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꽃가루 때문에 이를 원망하기도 한다. 외출을 하기만 해도 눈과 피부가 간지럽고, 재채기가 끝없이 지속되는 등 불편한 증상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비인후과 전문의 서정혁 원장(알렌정이비인후과의원)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식물에 따라서 봄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에도 증상을 겪는 경우가 있다"라며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나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 보고, 최대한 항원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서정혁 원장과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Q. 꽃가루 알레르기는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유독 봄철에 꽃가루를 더욱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식물이 꽃을 피우면서 꽃가루를 날리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언제든지 꽃가루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철에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를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면서 야외 활동과 외출이 증가합니다. 또한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워지고,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절별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특히 봄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식물이 동시에 꽃을 피우는 데다 미세먼지와 황사의 영향까지 더해져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쉽습니다. 제주도와 남부 지역에서는 2월부터 삼나무, 오리나무 등이 꽃가루를 날리기 시작하며, 3~5월에는 버드나무, 포플러, 물푸레나무,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에서 연이어 꽃가루가 퍼지면서 봄철 내내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봄철만 조심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과 가을에도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름철에는 목초와 잔디뿐만 아니라 일부 잡초에서도 꽃가루가 날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쑥, 돼지풀, 환삼덩굴 같은 식물들은 11월까지도 꽃을 피우며 꽃가루를 퍼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들을 미리 알고 있다면,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꽃가루 알레르기는 사실 꽃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식물이 원인인 건가요?
꽃가루 알레르기는 당연히 꽃에서 나오는 꽃가루(pollen) 때문입니다. 하지만 꽃이라고 하면 흔히 벚꽃, 장미, 목련 등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이들은 대부분 곤충을 매개로 수정이 이루어지는 '충매화'로, 일반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반면,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풍매화'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된 원인입니다. 대부분 풍매화는 꽃잎과 꽃받침이 거의 없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식물을 보고도 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봄철에는 소나무가 가장 많은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소나무에서 날리는 송홧가루가 창틀이나 자동차 위에 쌓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심의 공해와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소나무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다만, 충매화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꽃가루뿐만 아니라 피부 접촉에 의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부 식물은 채소나 샐러드로 섭취하거나 직접 만졌을 때, 혹은 수액이 피부에 닿았을 때 접촉성 피부염이나 식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특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씨나 시간대가 있을까요?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된 원인이 되는 식물은 바람에 의해 꽃가루를 퍼뜨리는 '풍매화'입니다. 풍매화는 바람을 통해 꽃가루를 퍼뜨려 수정이 이루어지므로, 특정 날씨나 시간대에 꽃가루가 특히 많이 날릴 수 있습니다.
하루 중에는 기류 변화가 심한 아침과 저녁에 꽃가루가 특히 많이 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꽃가루가 더욱 널리 퍼져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가 오는 날은 꽃가루의 확산이 줄어드는 편이지만, 비가 그친 후에는 비로 인해 가라앉았던 꽃가루가 다시 공기 중에 떠오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바람이 강한 날이나 아침·저녁 시간대에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 꽃가루의 호흡기 흡입을 줄이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Q. 꽃가루 알레르기가 어떤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알려 주세요.
꽃가루 알레르기는 주로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을 많이 일으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천식의 경우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호흡곤란이 일어납니다.
이외에 작용 부위에 따라서 코, 기관지, 눈, 피부 등 다양한 부위에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눈이 충혈되고 가렵게 느껴질 수 있고요. 아토피 피부염이나 가려움증 등의 피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작나무와 같은 일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사과, 복숭아, 견과류 등을 먹었을 때처럼 입 주변이 가렵고 붓고, 얼얼한 느낌이 드는 '구강알레르기 증후군' 증상을 겪기도 합니다.
또한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소아라면 '알레르기 행진'도 주의해야 합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것을 말하는데요. 꽃가루 알레르기도 유전적인 소인과 면역체계의 이상 과민반응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알레르기 행진의 과정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Q.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먼저 약부터 복용하려 하거나,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다가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 방식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되면 코 점막이 부으면서 만성 비후성 비염이나 축농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검사 결과 꽃가루가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수적입니다.
알레르기 검사는 주로 채혈 검사와 피부 반응 검사로 시행됩니다.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는 피부 반응 검사의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특별한 제한 요인이 없다면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에서 특정 꽃가루 항원에 양성 반응이 나타나면, 해당 식물이 주변에 흔히 분포하는지와 알레르기 유발 강도가 높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물이 주변에 많고, 알레르기 반응이 강한 경우에는 예방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꽃가루가 날리기 1~2주 전부터 알레르기 비염 치료용 비강 분무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본격적으로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되면 외부 활동을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여 꽃가루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재채기, 콧물, 눈 가려움증 등의 급성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초기에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치료 효과를 높여야 합니다.
Q.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화하기 위한 생활습관이 있을까요?
비염 환자에게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해 보면 꽃가루 외에도 여러 항원에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곰팡이류 등은 1년 내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1년 내내 지속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몸이 건강하고 호흡기의 면역 상태가 좋다면, 이러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주변에 있어도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감기 환자가 주변에 있어도 면역력이 강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 원리와 같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역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증상 없이 한 계절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알레르기 원인을 파악한 후,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방어 요법을 활용하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평소 무리하지 않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계절도 보다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Q.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라도, 실제로 어떤 식물이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원인 식물을 확인했더라도, 그 식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듯이, 알레르기 질환도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으며, 예방에도 더욱 힘쓸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상 없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먼저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원인 식물을 정확히 확인하고 그 특성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꽃가루 알레르기의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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