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외면했다… 그만큼 믿었다, 트레이드 성공 향해 힘찬 출발

김태우 기자 2025. 3. 23. 1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시즌 개막전에서 만점 활약을 선보이며 이승엽 두산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김민석 ⓒ두산베어스
▲ 김민석은 22일 인천 SSG전에서 3루타 포함 2안타 1볼넷 2타점의 맹활약으로 새 리드오프 출현 가능성을 알렸다 ⓒ두산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두산 베테랑 외야수인 정수빈(35)은 지난해 SSG 외국인 투수인 드류 앤더슨을 상대로 굉장히 강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5타수 4안타에 볼넷 하나를 골랐다. 타율이 0.800, 출루율은 0.833에 이르렀다. 작은 체구에 타석에서의 끈질김을 갖춘 정수빈은 높은 쪽 코스 공략에 능한 앤더슨이 가장 까다로워 하는 유형의 선수이기도 했다.

두산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2025년 시즌 개막전을 치렀고, 상대 선발은 앤더슨으로 예고되어 있었다. 앤더슨을 상대로 강한 정수빈이 리드오프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승엽 두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정수빈을 9번 타순에 놓고, 리드오프로는 새 얼굴을 썼다. 바로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트레이드를 해 데려온 외야수 김민석(21)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데이터를 안 본 게 아니었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만큼 믿는 선수였고 기대가 큰 선수였다. 이 감독은 22일 인천 SSG전에 앞서 “작년에 (정)수빈이가 인천에서 굉장히 잘 치고, 앤더슨의 공도 굉장히 잘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석이를 1번으로 놨다”면서 “이번 한 경기뿐만 아니라 꼭 (1번으로) 가줘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 전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1번으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웬만한 믿음이 아니라면 검증된 정수빈을 빼고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기기는 어려웠다.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범경기를 거치며 그 믿음이 강해졌다. 외야 세대 교체의 고민이 있던 두산은 신인상 출신이자 팀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활약했던 정철원을 롯데로 보내면서까지 김민석을 영입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마음을 다잡은 김민석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호주 스프링캠프 당시 이 감독은 김민석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며 “왜 고졸 신인이 100안타를 쳤는지 이유를 알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좋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으로 흐름을 탄 김민석은 시범경기 9경기에서도 타율 0.333(30타수 10안타)에 출루율 0.400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개막전부터 리드오프 중책을 맡았다. 결과도 좋았다. 3루타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첫 단추를 잘 잠궜다. 두산이 이날 아쉬운 역전패에도 불구하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리드오프로 출전한 김민석은 1회 첫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앤더슨의 빠른 공에 배트가 늦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역시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하지만 4회 기어이 앤더슨을 공략했다. 1-3으로 뒤진 4회 두산은 2사 2루에서 박준영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이어 앤더슨에 강했던 정수빈이 볼넷을 골라 2사 1,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김민석에게 기회가 왔다.

▲ 이승엽 감독은 김민석이 장기적으로는 팀 리드오프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베어스

김민석은 이 찬스는 놓치지 않았다. 2B-2S에서 앤더슨의 슬라이더가 높게 들어오자 이를 잘 타격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우익수와 타구까지의 거리가 약간 있었고, 2사 후라 바로 스타트를 끊은 두 명의 주자가 모두 밀려 들어왔다. 전력 질주를 한 김민석 또한 3루까지 미끄러져 들어가며 환호했다. 두산 이적 후 첫 안타와 첫 타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김민석은 6회에는 볼넷을 골랐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좌중간 안타를 치며 이날 4타수 2안타 1볼넷의 호성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이 5-4로 앞선 8회 오태곤에게 대타 역전 투런포를 맞고 결국 패했지만, 만약 승리했다면 김민석이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만약 이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찜찜하게 경기를 마무리했을 것이고, 이것이 초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첫 날부터 좋은 타격을 선보이면서 한숨을 돌리고 자신의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김민석은 지난해는 부진으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2023년 129경기에서 102개의 안타와 1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자신의 장점인 콘택트를 살리고, 출루율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좋은 리드오프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두산이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김민석이 새 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