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120마리 안락사, 창원에서 무슨 일이? [전국 인사이드]

김연수 2025. 3. 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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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2일 창원시청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주최로 안락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남도민일보 제공.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표방하던 경남 창원시가 최근 몇 달 사이 유기견 120여 마리를 안락사시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안락사 사태까지 이어진 과정에는 ‘법대로’ 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행정의 사고방식이 스며 있다.

창원시는 2020년 반려동물 친화도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하고, 이후 반려동물 문화센터와 보호센터를 갖춘 ‘펫 빌리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창원·마산·진해 보호소 세 곳으로 나뉘어 있던 유기동물 보호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청사진이 나왔다. 통합센터는 여러 차례 개장이 연기된 끝에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창원시는 보호소에 있던 700여 마리를 통합센터에 수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새로운 센터가 감당할 수 있는 유기견은 최대치로 잡아도 500마리였다. 이로 인해 진해 보호소에 있는 180여 마리는 이동조차 하지 못했고, 창원시는 수용 공간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89마리, 올해 2월 38마리를 안락사시켰다.

센터 개장 전부터 시민들과 동물보호단체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설계 도면상 견사 크기로는 현재 보호 중인 개들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법적 기준에 문제가 없다’며 논의를 차단했다. 통합센터에 유기견 최대 700마리를 수용할 수 있고, 이때 한 마리당 평균 1.47㎡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비교군으로는 0.85㎡를 제시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소·중·대형견 한 마리당 필요한 최소 수용 공간의 단순 평균값이 0.85㎡다. 언뜻 보면 법으로 정한 공간 0.85㎡보다 1.7배 넓은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하니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창원시의 주장에는 여러 가지 오류가 뒤섞여 있다. 우선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면적 기준은 유기견 한 마리를 한 ‘케이지’에 수용할 때 필요한 최소 공간이다. 하지만 통합보호센터는 여러 마리를 한 공간에 함께 수용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대형견은 훨씬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소형견과 대형견을 같은 공간에 두기도 어렵다. 더욱이 창원시가 제시한 ‘평균값’ 0.85㎡는 시에서 임의로 산출한 수치다. 시행규칙에서는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으로 각각 분류해 0.35㎡, 0.7㎡, 1.5㎡라는 수치를 제시한다.

어디가 ‘동물 친화도시’라는 거지?

창원시로부터 받은, 2020년 작성된 사업타당성 보고서에는 견사 면적 기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견사 면적 설정 방향’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동물보호센터의 시설기준’에 따르면 보호견 몸무게에 따른 크기별 케이지 크기 기준은 정해져 있으나, 견사 면적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음.” 이 말인즉슨, 창원시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기준이 ‘케이지 기준’이고, 이는 여러 유기견이 합사하는 견사 형태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이 시행규칙을 들어 시민들에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사업타당성 보고서는 대안으로 농촌진흥청이 제시한 ‘최소 견사 면적’ 기준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한 마리당 적정 견사 면적은 소형견 0.8㎡, 중형견 1.9㎡, 대형견 3.8㎡이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평균만 내도 마리당 2.1㎡가 필요하다. 이때 창원시가 주장하는 견사 면적 1030㎡로는 700마리는커녕 490마리밖에 안 들어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3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리당 평균 4.5㎡가 필요하다. 이를 적용하면 창원 통합센터의 적정 수용 규모는 230마리로 줄어든다. 창원시 축산과 동물복지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설계가 2022년 2월에 완료되어 농식품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려웠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2020년 사업타당성 보고서에서 제시한 기준만 충족했어도 대량 안락사는 막을 수 있었다. 결국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 변명에 불과하다.

창원시는 집단 안락사 논란이 일자, 7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 말을 거뒀다. 대신 1년 이상 보호 개체가 52%를 차지하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제46조 및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제20조 규정에 따라 합법적 절차인 인도적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186마리가 있는 진해 보호소 운영을 올해 6월까지로 연장하는 대책을 내놓으며 급한 불을 껐다.

법적 문제가 없으면 강행해도 된다는 안일한 태도와 무책임한 행정이 결국 생명을 희생시켰다. “불가피하다” “안락사는 합법”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창원시는 진정 ‘동물 친화도시’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동물 친화도시 사업 완수’라는 실적이 더 중요한 걸까?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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