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날개 단 '재생의료'…'제2의 인보사 사태' 막아야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시행이 가능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지난 2월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재생의료로 인한 환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 진입 관련 규제가 더욱 완화돼야 첨단재생의료가 제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의료는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조직공학, 생체재료 등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재생시키는 치료 분야다. 예전에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 조직공학 등의 연구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2월 21일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되면서 연구기관과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동호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장은 21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메디컬 코리아 2025’ 콘퍼런스에서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생기면서 재생의료 연구를 시작했고 황우석 스캔들로 인해 2~3년간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기술 특허출원 성장률 2위에 해당할 만큼 재생의료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법 도입 늦었지만 빠르게 세계 수준 따라갈 것"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국내에 줄기세포 치료 등을 시행할 근거법이 없었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환자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2019년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됐고 2024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희귀·난치병에서 모든 질환으로 재생의료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기존에는 임상시험만 가능했다면 현재는 치료제 개발과 치료 또한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보다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유전자 치료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처럼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하는 도구를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 연구도 다양한 질환과 장기에 적용 가능하고 관련 특허도 크게 증가했다.
재생의료 관련 법 제정이 늦어진 만큼 미국, 유럽 등에 비해 국내 치료 기술은 뒤처진 상황이다. 최 이사장은 “법이 통과되고 연구비가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10년 정도면 따라잡아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국가도 정책적으로 첨단바이오를 지원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동향에 맞춰나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 제2의 인보사 사태 막고 환자 접근성 높여
재생의료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술인 만큼 선제적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지만 허가 및 검증 절차가 부실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제기됐다. ‘인보사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현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바이오기업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는 애초 허가받은 성분인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를 포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가가 취소됐다.
최 이사장은 “재생의료 분야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윤리적인 시술이나 허위 광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등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며 “윤리적 기준과 규제를 강화하고 과학적 엄격성 강화, 국제협력 확대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좋은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치히로 아카자와 일본 준텐도대 의학대학원 교수는 리스크가 큰 치료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히로 교수는 “일본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3개 위험군으로 나눠 가장 위험도가 높은 치료에 대해서는 공인된 특별위원회가 90일을 할애해 면밀히 검토한다”며 “최근에는 법률을 개정해 소규모 임상시험으로 조건부 승인을 해 일단 임상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 완화를 통해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또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제 등의 치료비 부담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동현 재생의료진흥재단 첨단재생의료정책본부장은 “2월 법이 시행되면서 첨단 재생의료 임상연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치료제가 개발되면 환자 비용 부담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고비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 창의적·혁신적 병원·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사회적 경비 감소 등 지속 가능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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