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접수 100일…헌재 장고 배경은 '사실 관계·절차 논란'

김민재 기자 정재민 기자 김기성 기자 2025. 3.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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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 접수 100일째…이르면 이번주 후반 선고 예상
법조계 "사실관계와 심판 절차 관련 재판관 이견 있을 것"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5.3.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정재민 김기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23일로 100일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선고일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 기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91일)을 넘어서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헌재가 침묵을 오랜 기간 이어가자, 재판부가 소추 사유의 사실관계와 탄핵 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尹 탄핵 선고 관건은 사실관계 확정·절차적 정당성 확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포고령 1호의 위헌성 △군인·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시도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과 법조인 체포조 운용 지시다.

비상계엄 선포 과정이 헌법상 적법 요건에 어긋난다는 점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지만, 그것이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위법 행위인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헌재는 변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밤을 재구성하는 데에 집중했다.

특히 국회 마비 시도와 정치인 체포조 운용 지시 여부를 두고는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국회 마비 시도와 체포조 운용을 증언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언의 신빙성이 흔들리며 혼란은 커졌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끌어내라는 대상이 '의원'이었다고 말했다가 '인원'이라고 말을 바꿔 혼란을 빚었다.

홍 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며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체포조 명단을 받아적다가 멈춘 뒤 보좌관에게 다시 정서(淨書)를 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법정에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이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국정원 내부 폐쇄회로(CC)TV가 공개되며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렸다.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탄핵 심판에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상 당사자 동의가 없으면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를 탄핵 심판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헌재는 탄핵 심판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받고 본인이 서명 날인한 수사기관의 진술조서는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2월 18일 열린 9차 변론기일에서 재판부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의 피신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조대현 변호사는 이날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은 수사기관의 진술 조서 내용까지 증거로 조사한다면 형사재판 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는 걸 탄핵심판절차에서 증거로 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진술 과정이 다 영상으로 녹화됐다"며 "이제까지 전문법칙을 완화한 증거 중에 가장 강력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채택했다"고 말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탄핵 심판 절차 두고 재판관 간 이견 있을 것…尹 구속 취소도 변수"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게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이 사실 확인 자체에 관해 이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체포 지시 사실과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의 사실 여부에 관해 엇갈리는 증언이 너무 많은데 헌재가 변론을 서둘러 종결했다"고 봤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안 인용이나 각하 등 의견을 말하기 전 단계인 '사실관계 확정' 단계에서부터 앞으로 못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차 교수는 피신 조서 증거 채택이나 증인 신문 시간제한 등 논란을 불식하고자 절차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재판관들이 충돌했을 거라고 보기도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증인 1명당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다. 윤 대통령 측은 시간 제약 때문에 주요 증언을 심도 있게 검증하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관들이) 절차부터 하자가 있다는 걸 발견했고, 그래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거다. 결정이 빨리 안 나오는 것은 그렇게밖에 설명이 잘 안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장 교수는 "변론을 종결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 최종 선고를 못 내릴 거였으면, 변론을 3~4주 정도 더 하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더 확보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67일간 총 11차례 변론을 거쳤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장 교수는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은) 법원에서 절차를 칼같이 지키겠다고 공언을 한 셈"이라며 "검찰 피신 조서나 국회 증언을 (형사 재판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100%가 됐다. 따라서 피신 조서의 증거능력 등 절차적 문제들이 결론을 내리는 데에 장애가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헌재에 경종을 울렸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헌재가) 형사 법정에서 증거 능력이 없는 검찰 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한다고 했는데, 그것들이 형사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무죄가 나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을 24일 오전 10시에 선고한다. 헌재가 최근 선고일을 2일 전에 공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24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을 발표하더라도 빨라야 26일에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가 같은 날 예정된 만큼, 27일 또는 28일에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3.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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