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66% 네이버가 유일... 다음 등 토종 포털 존재감 희미

김성아 기자 2025. 3. 2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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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전환에 늦어진 대응… 다음·네이트 등 빠르게 몰락
"AI 기반 검색 경험 혁신·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 전략 필요"
카카오가 토종 포털 다음(Daum)을 CIC(사내독립기업)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하면서 국내 포털 업계가 다시 주목받는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카카오 사옥 앞에서 다음 분사 반대 집회가 열린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카카오가 토종 포털 다음(Daum)을 CIC(사내독립기업)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하면서 영향력이 약해진 국내 포털 업계의 현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인터넷 시대를 풍미했던 토종 포털들은 모바일 시대 이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22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3일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포털 다음 서비스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11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결정을 통해 다음 사업 조직은 카카오 공동체에서 떨어져나와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다음의 독립적인 생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검색 점유율이 2%대까지 추락한 다음이 별도 법인으로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다음의 실적이 포함된 카카오의 포털 비즈 사업 매출은 2021년만 해도 5000억원에 육박했으나 지난해는 3000억원대로 급감했다.

결국 '다음 매각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분사가 곧 매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포털 사업 구조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다음을 비핵심 사업으로 판단해 모회사에서 분리함으로써 추후 매각을 용이하게 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시대 도래와 함께 다음·네이트 경쟁력 희미


토종 포털들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함께 경쟁력을 잃어갔다. 사진은 올해 초 다음 로고 이미지가 변경됐음을 알리는 그래픽. /사진=카카오
과거 다음은 국내 포털 업계의 선구자적 존재였다. 1995년 설립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한메일(Hanmail)과 다음 카페의 인기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국내 검색엔진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 2월 기준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평균 점유율은 2.73%에 그쳤다.

다음과 함께 2000년대 포털 전성기를 누렸던 네이트(Nate) 역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했던 네이트는 한때 누적 회원 수 3000만명을 자랑한 싸이월드와 메신저 서비스 네이트온의 인기로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네이버·다음과 함께 '3대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네이트의 지난 2월 평균 점유율은 순위에서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졌다.

토종 포털들은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함께 경쟁력을 잃어갔다.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포털 업계에 거대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용자들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인터넷 접근 방식과 검색 행동 패턴이 완전히 변화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접속해 뉴스를 읽거나 검색창을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콘텐츠에 접근하거나 휴대폰 기본 검색 위젯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포털을 중심으로 형성된 트래픽 구조가 흔들리며 다음과 네이트 같은 토종 포털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다음은 네이버보다 늦은 모바일 최적화로 인해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잃었고 네이트는 아직도 PC 기반 미니홈피와 메신저에 머물렀다.


국내 포털 중요성 간과할 수 없어… "차세대 검색 패러다임 주도해야"


2020년대 들어 국내 포털 시장의 지형은 네이버 독주 체제로 굳어졌으나 AI 등 신기술 접목에 다소 늦어지며 경쟁에서 뒤처지고 외산 검색 엔진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네이버의 존재감이 점차 줄고 있다. 그래픽은 지난 2월 국내 웹 검색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성아 기자
2020년대 들어 국내 포털 시장은 네이버의 독주 체제로 굳어졌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엔진과 포털 트래픽의 과반을 점유하며 검색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전용 앱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편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메인 뉴스 화면을 모바일에 최적화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효과적으로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최근 이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 등 외산 검색 엔진들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구글은 26.07%, MS 빙은 3.0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 지위와 크롬 브라우저의 보급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20년대 들어 유튜브가 주요 정보 검색 창구로 부상하면서 플랫폼의 연계를 통해 구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구글과 MS 등 해외 IT 기업들의 국내 시장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구글은 높은 검색 품질과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기술 '제미나이'(Gemini)를 앞세워 한국 검색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의 빙도 생성형 AI를 접목한 검색 서비스를 앞세워 다음을 제치고 검색 점유율 3위에 올랐다.

국내 포털의 영향력이 축소됐지만 관련 산업이 지닌 중요성은 간과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은 수천만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한 데이터 주권의 핵심 주체로 이용자들은 포털 ID 하나로 이메일과 블로그, 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디지털 생활을 영위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로그인 정보 ▲검색 이력 ▲관심사 데이터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토종 포털이 생존하려면 단순 키워드 검색에서 벗어나 ▲챗봇형 검색 ▲멀티미디어 검색 ▲초개인화 추천 등 차세대 검색 패러다임을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검색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화형·상황 인식형 검색'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국내 포털이 생존하려면 AI 기술을 기반으로 검색 경험을 혁신하고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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