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造船 서두르는 이유…항공모함 만드는데 11년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2025. 3.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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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美 해군, 중국과 조선 격차 메우려면 한국에 의존해야"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10~20일) 연습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이 출항하고 있다. 2025.03.07. yulnetphoto@newsis.com /사진=하경민
협상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평양 함대 재건을 위해서라면 앞뒤 재지 않고 앞으로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중국 해군력이 급속히 증강하는 반면 미군 전력은 쇠퇴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티븐 비들(Stephen Biddle) 미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와 에릭 랩스(Eric Labs) 미 의회예산국 수석연구원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장기적으로 미중 간의 함선 격차는 계속 커질 것"이라면서 "한국 등 동맹국을 통해 생산력을 확보하고 함정 포트폴리오 확대 및 주요 부품 자재를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차 대전 일본에 역전승한 원동력은 함선 건조력
진주만 공습 기념식
보고서는 먼저 과거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상대로 한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월등한 군함 생산력이라고 짚었다. 전쟁 초반에 미 해군 전력은 일본을 능가했지만 진주만 기습 공격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패배 등으로 열세에 처했다.

당시 일본은 우수한 성능의 함대와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은 단기간에 엄청난 생산력으로 해군을 재건했고 이후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본과의 해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전쟁 초반 미해군은 항공모함 7척과 호위함 1척을 보유했지만 전쟁 막바지엔 항공모함 28척에 호위함 71척으로 일본 함대의 20배 규모로 커졌다. 이에 보고서는 "미 해군은 일본에 비해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지만 훨씬 더 큰 산업 역량에 뒷받침되어 장기전에서 적을 능가하고 압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 간의 해군 경쟁에서 과거와 비슷한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미국은 과거 일본과 같이 우수한 무기체계와 잘 훈련된 병력을 보유했지만 조선산업 역량이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해군은 미군에 비해 질적으로 열세에 있지만 미국에 비해 조선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전쟁 중 손실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불리한 전황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쇠퇴로 함선 건조력도 바닥나
13일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
쇠퇴한 미국의 조선능력은 미 해군의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현재 미국에서 항공모함 건조에 11년이 걸리며 핵잠수함이나 구축함도 9년이 소요된다. 여기에 숙련된 조선업 노동자마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현재 미 해군의 수요를 충족하는데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평가다. 저자들은 "만약 전쟁 상황에서 초반에 미 해군 함대가 크게 손실될 경우 이를 교체하거나 재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저자들은 중국은 단순히 생산력에만 그치지 않고 질적인 향상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미 해군의 패권이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미 해군 정보국은 구축함 등 중국 군함이 현재 미국의 군함과 대부분 유사하며 성능 면에서도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은 현재 최신형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지만 미국과 비교할 때 건조 시간이 절반에 불과해 미 해군의 취약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저자들은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벌어진 조선 능력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중국의 조선능력은 미국의 200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미국의 역량으로 따라잡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이유에서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에 이어 세계 2,3위의 조선 역량을 보유한 동맹국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조선 협력을 통해 중국과 벌어진 함정 격차를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 해군이 중국을 상대로 항공모함이나 구축함보다 소형 전투함이나 무인함 등으로 해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중국은 배수량 1000톤 내외의 경무장 전함인 '코르벳함'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빠른 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프로펠러 샤프트(추진축)이나 핵추진 부품과 같이 핵심 부품을 비축하고 전시에 일반 상선을 군수 지원함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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