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에 돌아오는 공매도…막아도 주가부양 효과는 없었다

조민정 2025. 3. 23.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에도 지난해 국내증시 수익률 '글로벌 꼴찌'
전면 재개는 5년만…불법 공매도 방지시스템 구축 "99% 잡는다"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될까…외국인 투자자 복귀 관심
공매도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공매도 거래가 오는 31일부터 전면 재개된다.

앞서 2023년 11월 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는 2020년 3월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적됐던 공매도를 역대 최장기간 금지했으나 기대했던 주가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은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 등 증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공매도로 인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공매도 금지 기간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그간의 비판을 불식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규정을 정비하고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일각에선 규제 강화로 공매도가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역대 최장 '공매도 금지'…기대했던 주가부양 효과는 없어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과대평가 된 주가를 조정해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다양한 투자전략에 활용되지만, 한편으로는 하락장에서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무차입 공매도 등으로 가격 조작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은 증시 안정을 위해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 등 앞서 세 차례에 걸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다.

2021년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했다가, 2023년 11월 돌연 공매도 관련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이유로 다시 전면 금지했다.

이후 공매도 금지는 지금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는데 역대 최장기간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매도와 증시 방향은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다. 장기간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없었다.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2023년 11월 6일~지난 20일) 동안 코스피는 11.35% 상승하고 코스닥지수는 7.28%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간 30% 급등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수익률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내내 공매도를 막았지만 시장 수익률이 글로벌 증시 최하위권으로 전례 없는 부진을 보였다.

과거 공매도금지 시기별 지표 비교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의 주가 흐름을 봐도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을 이끌거나 하락을 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직전 코스피·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율 상위 10개 종목의 금지 이후 주가 추이를 보면 6개 종목은 주가가 내리고 4개 종목은 올랐다.

공매도 잔고 비율이 7.64%로 가장 높았던 호텔신라의 주가는 2023년 11월 3일 종가 6만5천원에서 지난 20일 3만8천950원으로 공매도 금지 이후 오히려 주가가 40% 넘게 폭락했다.

HLB(공매도 잔고 비율 7.2%)는 127.40% 올랐지만, 엘앤에프(7.0%)와 에코프로(6.8%)는 5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롯데관광개발(5.72%) 역시 1만1천240원에서 7천770원으로 30.87% 빠졌다. 포스코퓨처엠도 46.65%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항간의 우려와 달리 이번 공매도 재개로 인해 증시의 하방 압력이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례에서도 공매도 재개 이후 1개월 내외로 지수 변동성이 커지지만 이후에는 안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사례에서는 공매도 재개 후 1개월간 코스피가 0.4%, 코스닥은 8.3% 하락했지만 3개월로 보면 코스피는 14.0% 상승하고 코스닥은 2.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도 1개월 기준 -1.7%, -0.4%, 3개월 기준 5.6%, 2.9%로 1개월 이후에는 수익률이 양호했다.

2020년 코로나 당시에는 1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1.8%, 코스닥 -0.2%로 단기 영향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공매도가 유동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주가 과열을 가라앉혀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만큼 공매도 재개 이후 글로벌 지수 편입 등의 긍정적인 이벤트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넘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부정적으로만 보기보다 합리적으로 주가 반영이 나타나기 위한 토대로 봐야 한다. 다양한 투자자들의 참여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가치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NSDS 불법 공매도 적출 시연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 시연회에서 NSDS감리1팀 및 KB증권 관계자들이 모의 데이터를 이용한 불법 공매도 적출을 시연하고 있다. 2025.3.19 yatoya@yna.co.kr

무차입 공매도 방지시스템 도입 "99% 잡는다"…'규제 과도' 우려도

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 방지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90일로 통일하고 담보 비율을 현금 기준 105%로 동일하게 설정했다. 기존에는 기관투자자는 대차거래 상환기간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던 반면, 개인투자자는 대주 서비스 상환기간이 90일로 한정돼 개인투자자가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불법 공매도 행위에 부당이득의 최고 6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최장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게 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은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해 중앙점검시스템(NSDC)을 도입했다.

공매도 투자를 하는 기관은 잔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매도 시 잔고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와 매매정보를 비교해 무차입 공매도를 걸러내게 된다.

기관투자자는 공매도 등록번호(ID)를 금감원에서 발급받아 매매주문 시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되고, 증권사는 공매도 거래와 독립된 부서에서 12개월마다 무차입공매도 방지 조치를 했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또 공매도 재개 이후 일부 종목에서 변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해 5월 31일까지 두 달간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조건 중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거래대금 비중 기준을 강화,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 정비에도 공매도 재개 이후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는 데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대한 불법 공매도 전수 조사를 벌여 최근 조치를 완료했다.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4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3곳에서 규제 위반이 확인됐고 과징금만 836억원이 달했다.

상당수 규제 위반은 독립거래 단위 운영 미흡, 주식 차입계약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NSDS를 통해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과거 문제가 됐던 건들을 99%에 가깝게 막을 수 있었다고 자신했지만, 불법 공매도가 근절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과열 종목 규제, 종목별 공매도 잔고 공시 등 규제가 강해 자칫 공매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공매도 관련 규제가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라며 "규제 강화는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유동성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거나 가격 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짚었다.

chomj@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