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라이센스'부터 사비와 추억까지... '라떼 카타르는'[남태희 인터뷰下]
[서귀포=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카타르 메시'로 불리며 11년간 중동에서 활약한 선수가 지난해 여름 32세의 나이로 돌연 K리그에 데뷔했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불렸던 남태희(33)는 이제 어엿한 고참이 돼 제주 SK라는 거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늘어난 책임감만큼 강해진 마음으로 K리그에서 경력 후반부 불꽃을 태우고 있다.
스포츠한국은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남태희를 만났다. 이번 편에는 '"한국 팬들 앞에서 1년이라도 더 뛰고 싶어요"[남태희 인터뷰上]'에서 다루지 않은, 그가 11년 카타르 생활 동안 겪었던 에피소드를 담았다.
기자 : 20대 초반에 프랑스 리그에서 카타르로 가계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남태희 : "발랑시엔에서의 세 번째 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 출전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러던 중 발랑시엔에서 선수로 같이 뛰었던 자멜 벨마디 감독님이 카타르 리그의 레퀴야(現 알 두하일)의 사령탑으로 부임해 영입 제안을 주셨어요. 복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카타르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구단에서 유럽에 재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도 했고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도 따내고, 당시 A대표팀에도 꾸준히 출전할 수 있었기에 카타르행에 후회는 없습니다."
기자 : 카타르에서의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남태희 : 새 팀에 도착했을 때는 벨마디 감독님이 이미 제 얘기를 많이 한 상태여서 선수단 전체가 저를 알고 반겨주더라고요. 카타르 사람들도 전체적으로 친절했어요. 먼저 카타르에서 활동하고 있던 (이)정수 형과 (조)용형이 형도 집에 초대해서 밥을 해주시는 등 저를 많이 챙겨주셨죠. 형들이 먼저 와서 잘한 덕에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기도 했어요. 또한 카타르 국가 면적이 한국의 경기도 면적과 비슷해 원정 경기 시 이동에 대한 피로감이 거의 없다는 것도 정말 큰 장점이었습니다.
기자 : 원정 이동이 경기도 면적 안에서만 이뤄진다고 하면 정말 엄청난 장점이네요.
남태희 : 솔직히 홈과 원정의 의미가 크게 없을 정도의 거리예요. 그 정도로 가까우니 한여름에는 12팀이 3개의 월드컵경기장을 2주 동안 같이 쓰면서 다른 구장의 잔디를 관리하고 생식 시간을 벌어요. 그렇게 주기적으로 경기장을 옮겨서 경기했었습니다.
기자 :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돼지고기를 못 먹는 건 참기 힘든 일 아닌가요.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라 돼지고기 취식이 금지돼있잖아요.
남태희 : 카타르에서는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취득했어요. 구단에서 승인을 해주면 지정된 곳에서 돼지고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거죠. 물론 라이센스가 없는 사람에게 고기를 줄 수는 없고 저만 먹어야 해요. 냉동 돼지고기였는데 정말 맛있었어요(웃음). 또한 201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에 카타르에도 케이팝 열풍이 불면서 한국 식당들이 많이 생겨난 덕에 음식 걱정은 안 해봤습니다.
기자 : 기후적으로는 살기에 어땠나요.
남태희 : 아무래도 더위가 가장 큰 적이죠. 카타르에 처음 갔을 때에는 시설 좋은 월드컵경기장이 없었고, 8월에 시즌을 시작하면 3개월간은 너무 습해서 뛰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월드컵경기장이 지어지면서 한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쾌적하게 뛸 수 있었죠. 그때 알 사드로 온 (정)우영이 형이 '중동 뛸만한 곳이네'라면서 여유를 부렸어요. 나중에 사우디로 이적해서 에어컨 없는 중동에서의 한여름 경기를 경험하고서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더라고요(웃음). 또한 모래바람이 많이 불 때면 경기장이 노란색이 될 때도 있었어요.
기자 : 알 사드에서 스페인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사비를 감독으로 만나기도 했어요.
남태희 : 사비라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타르의 알 사드로 이적해 우승을 다투는 경쟁 팀 선수로 뛴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어요. 플레이를 직접 보면서 배웠고, 이후에 알 사드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알 두하일과 계약이 끝나갈 때쯤 유럽 진출을 준비하다가 대표팀에서 십자인대를 다쳐 무산됐는데, 사비 감독님이 '나도 십자인대를 다쳐봐서 안다. 괜찮다'며 알 사드에 와서 함께 축구하자고 말해주셔서 감동하면서 이적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너무나 훌륭한 분입니다. 비록 유럽에 가지 못했지만 사비 감독님 밑에서 축구를 배운 건 제게 정말 큰 자산이에요. 일부러 연락을 자주 드리지는 않지만, 문자를 드리면 5분 안에 바로 답장을 하시더라고요(웃음). 바르셀로나 감독직에서 물러나신 후 1년은 쉬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제 감독으로 다시 복귀하려는 마음이 있으신 듯해요.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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