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18억이 안 아깝지…SSG 명품 조연의 품격, 주전 욕심 버렸다 "가늘고 길게라도 유니폼 오래 입을래요"
[마이데일리 = 인천 이정원 기자] "가늘고 길게라도 유니폼 오래 입을래요."
SSG 랜더스 베테랑 타자 오태곤의 2025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태곤은 지난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서 결승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태곤은 8회 1사 1루에서 하재훈 대신 대타로 나와 이영하를 상대로 대타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뽑아내며 팀에 6-5 승리를 안겼다.
2010년 프로 데뷔의 꿈을 이룬 오태곤은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전 홈런을 쳤다.
경기 후 만난 오태곤은 "144경기 중에 한 경기뿐이지만 첫 단추를 잘 끼어 너무 좋게 생각한다. 팀이 이기는 데 큰 보탬이 되어 너무 기쁘고, 아직도 손이 떨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오태곤은 3회부터 더그아웃이 아닌 실내 훈련장에서 배팅 훈련을 하며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미리 언질을 주셨다. 감독님은 늘 선수들 편에서 먼저 준비하라고 말씀을 하신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몸이 굳으니까 뒤에서 많이 치고 준비도 많이 했다"라며 "훈련장 머신이 오타니가 던지는 것보다 빠르다. 보고 가니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스트레칭도 하고, 뛰고 부상을 안 당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 같다"라고도 했다.
오태곤은 2021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4년 연속 100경기 이상을 출전했다. 그러나 확실한 주전이라고는 볼 수 없다. 명품조연이 그의 역할. 주전이 욕심나지 않을까.
오태곤은 "나도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 수는 없다. 그러나 나도 저럴 때가 있었으니 받아들이려고 한다. 후배들에게 파이팅도 외치고, 벤치에서 괜찮다고도 해주고, 애들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은 가르쳐 주려고 한다. 내가 준비 잘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돈값도 해야 되지 않겠나. 또 감독님, 코치님들이 항상 믿어주시니 감사해서 도와주고 팀이 이기는 게 나에게는 더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결과는 하늘이 안다"라며 경기 전 느낌을 전한 오태곤은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잘하고 싶어 한다. 안 잘하고 싶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결과는 하늘이 알려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 욕심도 있지만 팀이 잘 되어야 한다. 백업으로 뒤에서 출발하지만, 선수들이 아플 때나 부상을 당했을 때 나가서 뎁스가 두터워야 팀도 좋아진다. 난 야구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 선배들이 길을 너무 잘 닦아놓으셔서 오래 하시더라. 가늘고 길게라도 좋으니 유니폼 오래 입고 싶다"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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