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편향? 尹후보 향한 비방·허위사실 삭제 가장 많았다
불공정한 선거관리? 윤석열 후보 대상 악의적 게시물 삭제 더 많아
현수막 문구 편파? 국민의힘에 유리했던 판단도 다수
논란의 소지 있는 판단들 있지만,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보긴 어려워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를 했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선관위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향한 허위사실·비방 게시물을 가장 많이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20대 대선 기간 선관위의 허위사실·비방글 삭제 명령 내역을 보면 윤석열 후보를 향한 관련 게시물 삭제 건수가 1만3039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재명 후보를 향한 관련 게시물 삭제 건수가 1만1616건으로 뒤를 이었다. 선거 기간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게시글을 삭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 공표' '비방' '여론조사 공표 보도금지' 등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당시 누리꾼들이 삭제된 게시물이라고 밝힌 내역을 보면 대선 기간 김건희씨가 접대부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을 단정한 게시글을 대거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 호텔 상호까지 거론하며 접대부설을 단정하는 게시글에 대한 삭제가 이뤄졌다.
일각의 음모론처럼 선관위가 불공정하게 선거관리를 했다면 특정 후보를 향한 비방과 허위사실공표를 방치할 수도 있지만 양대 후보의 게시물 삭제 내역 건수 차이가 크지 않다. 외려 윤석열 당시 후보를 향한 게시물에 대응한 건수가 더 많다.
여당과 보수언론 일각에선 선관위의 선거 기간 현수막 등 '문구' 허용 판단이 편향적이라고 주장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100년 친일청산' 문구가 ) 나에 대한 비판이기에 이건 못들게 해달라 했더니 '100년'이라고 썼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우리가 '민생파탄 아웃' (피켓을) 들었다. 그랬더니 이건 문재인 정부 비판이니 들지 말라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24일 사설에서 “선관위는 문재인 정부 내내 민주당에 기울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여성단체가 내건 '보궐선거 왜 하죠' 문구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을 연상시킨다며 불허한 점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그동안 내린 결정들을 살펴보면 민주당에 기울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0년 총선 때 선관위는 '총선은 한일전' 문구를 불허한다. 2020년 총선 때 오세훈 후보 낙선운동을 벌인 대학생진보연합의 피켓 시위를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해 시위 중지를 요청해 피켓 시위자들이 기소된 사례도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총선 때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주제 현수막을 선관위가 못 걸게 해 논란이 됐다. 2016년 총선 땐 '반노동자 정당' 표현이 새누리당을 연상시킨다며 금지했다. 같은 총선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은 참사 책임자인 김석기 미래통합당 후보의 출마 반대 인쇄물을 배포했다가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7년 대선 때 선관위는 '투표가 촛불입니다' 등의 현수막을 불허한다. 지난 총선 때는 '윤석열 정권심판' 구호를 불허했다.
선관위의 선거 기간 표현물에 대한 조치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선관위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편향적이라기보다는 모호하고 낡은 규정과 운용의 부실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게시물 삭제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뿐 아니라 '비방'도 삭제할 수 있는데 '비방'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선관위는 유승민 후보에 내시를 합성한 이미지를 담은 글을 '비방'을 이유로 삭제해 논란이 됐다. 허위사실 역시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도 있다. 선관위는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경우 과거엔 게시물 내용까지 공개했으나 지난 대선 때는 게시물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인 문제도 있다.
선거 기간 허용되는 문구의 경우 정당이나 후보자의 명칭·사진이나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금지하고,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현수막 등에 담아선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근거한다. 규제가 과도하기에 간접적인 표현을 쓰거나 비유법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렇기에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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