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동조정장치 대신 43% 받기’로 이재명 설득…연금개혁 물꼬 텄다”

강윤서·변문우 기자 2025. 3. 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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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원내 부대표가 전한 연금개혁 막전막후
“소득대체율 보다 ‘자동조정장치 막기’ 총력…李도 입장 선회, 與도 설득”
“尹의 부재로 타협의 공간 열려…구조개혁은 연금별 접점부터 좁혀나가야”
“정년연장도 발맞춰 속도…‘정년 60세’ ‘국민연금 65세’ 갭 해결해야”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연금 개혁은 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인들이 사실상 피하고 싶은 정책이다. 그럼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고 해결 가능한 부분부터 하나씩 협의해 가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2007년에 멈춰있던 국민연금이 '개혁'을 맞았다. 18년 만에 이뤄진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더 내고 더 받는' 것이다. 여야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으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1.5%에서 43%로 끌어올렸다. 이번 연금개혁 협상 테이블 안팎에서는 숨은 조력가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원내 부대표이자 10년여 간 연금 관련 활동을 해온 김남희 의원이 지도부와 여당을 설득한 중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지난 20일 '연금개혁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 과정을 전했다.

여야 협상이 '올스탑(all-stop)' 된 것은 소득대체율을 조율할 때였다. 모수개혁안 중 보험료율은 여야 합의를 마쳤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곤 '44% 야당안'과 '43% 여당안' 간 1%포인트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논의를 거친 뒤 '43% 여당안'을 극적으로 수용해 협상의 물꼬를 텄다.

왜 양보했을까. 협상의 변수는 여당이 내민 조건이자 정부안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이었다. 김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이 자동조정장치가 없으면 절대 협의하지 않겠다고 우기면서 교착 상태였다"며 "하지만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시민사회 반발이 셌기에 소득대체율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은 막아야 했다"고 판단했다.

당 지도부를 설득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정 협의회에서 '조건부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수용 의지를 내비쳤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더해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막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더 깎는 방향으로 여당과 타협하자'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이 대표가 양보를 택했고 여당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8년 만에 연금개혁을 이룬 소회가 궁금하다.

"저는 2013년부터 참여연대에서 본격적으로 국민연금 문제에 대응했다. 그로부터 10년 넘게 관련 활동을 하다가 직접 국회에 들어와서 개혁이 실제로 이뤄지는 걸 보니 감개무량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오랜기간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연금개혁은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강화'라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가치를 동시에 완벽히 충족시키기 굉장히 어렵다. 재정만 강조하면서 보장성을 소홀히 하면 노후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대로 보장성만 강조하면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만큼 어렵고, 정치인에게 인기 있는 개혁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미뤄온 숙원 사업이었다."

'비인기 개혁'임에도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뤘다. 누구의 역할이 컸나.

"사실 지도부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꼭 지금 해야 하느냐'는 의구심이 나왔고 많은 의원들이 연금개혁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일부 의원들이 이 개혁을 끝까지 책임지고 해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제일 다행이었던 점은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도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주장해온 기본사회와 맞물리는 정책이기도 했고, 회계사 출신 박 원내대표도 수지균형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제가 수시로 당 대표, 원내대표와 소통하면서 국민연금 쟁점들을 설명하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설득했다."

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튼 핵심 쟁점인 '소득대체율'을 조율할 때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 때 (기존 민주당안) 45%에서 44%로 양보할테니 (모수개혁안을) 통과시키자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44%를 43%로 또 깎은 건 시민사회의 반발이 세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더 양보하면서까지 이 개혁을 해야 하느냐'는 (당내) 회의론자들과 시민사회·노동계에서 같이 활동한 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설득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저와 박주민 위원장을 비롯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도 '모두의 환영을 받긴 어렵더라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합심했다. 그 결과 협상 타결을 이룰 수 있었다."

당정이 '조건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제안한 것도 변수였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자동조정장치는 재정 안정화를 중시하는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가 제안했고, 이 대표도 초반엔 (자동조정장치를) 국회 승인 및 입법 수준의 절차가 있다면 도입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저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자동조정장치는 국민연금의 중요한 특성인 예측 가능성(미래의 내가 받게 되는 연금이 얼마인가)을 해쳐 가뜩이나 연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소득대체율을 좀 더 깎더라도 자동조정장치는 꼭 막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설득했나.

"'소득대체율 vs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협상이 교착 상태였고 풀릴 수 있을지 정말 미지수였다. 국민의힘이 완강했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양보해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설득했고, 박주민 위원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설득해 서로 조금씩 열린 태도로 나아갔다."

막판까지 연금개혁 특위 구성안에 '합의 처리' 명문화 여부를 두고 다퉜는데 끝내 여당 측 입장을 수용한 이유는.

"그 쟁점은 '정치적으로' 대립한 부분이다. 연금특위는 국민의힘에서 위원장을 맡고, '6(국민의힘) 대 6(민주당) 대 1(비교섭단체)'이라서 합의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명문화 여부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다만 당에서 정무적인 우려가 나왔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속 '여야 합의가 없으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취하니까 여당도 다른 의도를 갖고 명문화를 고집한다고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래도 이번 협상을 주도해온 박주민 위원장 등 복지위 간사들이 이런 쟁점으로 연금개혁을 포기할 순 없다면서 당 지도부를 열심히 설득했다."

전반적으로 국민의힘에선 누가 협상에 적극적이었나.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이 계속 억지를 부렸지만 김 의장이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임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협상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이 이뤄졌다.

"오히려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 생긴 면도 있다. 윤 대통령이 주도했다면 여야 타협이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미래세대에 부담 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

연금개혁안이 통과됐지만 3040 의원들을 주축으로 '청년 세대를 갈취한다'며 반대 기류도 상당하다.

"이들이 실제 청년층을 대변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논점은 국민연금을 더 깎아야 하는데 왜 덜 깎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도 언젠가 노인이 될 건데 그때 모두가 막대한 자산가나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평범하게 노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부분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의 중요 수단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걸 더 깎으면 노인이 됐을 때 더 빈곤해질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2030 연령층에서 유일한 노후 대비 수단이 국민연금이라고 답한 비율이 매우 높다.

이번 연금개혁안의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제도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연금은 수지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계속 미래세대에 부담을 넘긴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개혁안에 따라 13%의 보험료율로 국민연금 역대 평균 수익률인 6% 정도 수익율을 적용하면, 43% 정도의 소득대체율은 수지균형이 어느 정도 맞는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갈취한다'고 표현한 것은 맞지 않다."

연금개혁안에 포함된 크레딧에 대해선 어떤 제도적 효과를 기대하는가.

"연금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제도가 크레딧이다. 연금을 받는 명목 소득대체율 43%도 중요하지만, 가입 기간이 길어지면 받게 되는 연금액도 올라간다. 결국 출산이나 육아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추가적 기간을 더 주어 연금액을 올려주는 것이다. 군복무로 노동시장에 못 들어간 청년들에게도 크레딧으로 연금액을 더 올려줄 수 있다. 이렇게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을 올리는 장치도 중요하다."

모수개혁은 합의했지만 '구조개혁'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다. 어떤 방향으로 풀어야 할까.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조화롭게 설정해 작동시켜야 한다. 국민들의 권리인 안정적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내부에서 합의된 안이 없어 굉장히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연금액을 소득 하위권에 차등적으로 많이 주자는 주장부터 아예 보편적으로 설정하자는 주장까지 다양한 논의가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답을 가지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섣부르게 연금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게 로드맵을 잘 설계해야 한다."

연금 종류별로 먼저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가 있다고 보는가.

"현 시점의 시급한 과제와 세계적 노인 인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사실상 퇴직연금은 현재 노후 보장 수단으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지 않나.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만큼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교적 입장차가 더 많은 기초연금에 대해선 일단 접점이 많은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

당 정년연장 TF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의제를 연결해 로드맵을 구상할 계획도 있는가.

"정년연장 문제는 연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년연장이 나온 이유도 정년이 60세로 대부분 설정돼있는데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받으니 그 사이 생기는 '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소득이 끊기는 정년 시점과 연금을 수급하는 시점을 일치시키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그때까지 연금을 납부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도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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