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광화문에 모인 탄핵찬성 인파

이소연 기자 2025. 3. 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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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측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광화문 서십자각 부근에서 광화문 앞까지 탄핵 찬성 단체의 농성 천막이 줄지어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말인 22일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측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도하는 집회는 오후 5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릴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도 오후 4시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오후 3시50분 총궐기 행진을 한 뒤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한다. 이들 탄핵 찬성 측이 경찰에 신고한 참가 인원은 총 17만명에 달한다.

기자는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9시30분 현장을 찾았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인파는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광화문 방면에 주로 자리잡았다. 각종 단체들은 해당 위치에 천막을 치고 이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30여개의 천막이 광화문 서십자각 부근에서 광화문 바로 앞까지 줄지어 있었다. 단식 농성 중인 천막이 있어 푸드트럭 운영은 자제할 예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아직 이른 시각인 만큼 집회 참여자보다는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 한 무리는 비상행동 단식농성장 앞에 놓인 윤 대통령 모형이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이 비상행동 단식 농성 천막 앞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 모형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해야 할 일을 한다"


자원봉사자 부스 앞에서 박모씨(25·서울 금천구)를 만났다. 박씨는 비상행동 측에서 모집한 인파 관리 자원봉사 활동에 지원해 이날 현장에 참석했다. 박씨는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탄핵 선고가 지연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나라에서 월급 받는 재판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며 "회사 거래처도 어려워졌고 제조업 하는 회사들은 다 죽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당장 내일이라도 선고해야 나라가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당 국회의원 단식 농성장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정부시을)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 의원(진보당·비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은 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내란 세력을 막을 수 있는 건 국민들밖에 없다"며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혀 힘들지 않다"며 "탄핵이 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국회의원 단식 농성장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정부시을, 사진 오른쪽)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 의원(진보당·비례)이 자리를 지켰다. /사진=이소연 기자


탄핵 선고 지연 … "더는 미룰 수 없어"


탄핵 찬성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 사진=이소연 기자
오전 11시쯤이 되자 각 단체는 천막에 깃발을 달기 시작했다. 농성 천막 뒤쪽으로 향하자 청년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는 가지각색의 깃발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청년들은 서로를 "동지"라고 불렀다. 김모씨(29·경기 기흥구)는 "현장에서 좀 더 빨리 함께하고 싶어 어제 근처 찜질방에서 잤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헌법재판소 결단에 나라의 명운이 달렸는데 절차적 공정도 중요하지만 신속성을 더 우선시해야 할 때 같다"고 강조했다.
진수완씨(20·경기 광명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밤 국회 앞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 후로 매주 토요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은 확실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진씨는 "사실 재수하느라 안성에 있는 기숙학원에서 지내는데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가를 받았다"며 "그중 이틀은 집회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정희 시의원(서울 관악구)이 광화문문 앞 횡단보도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광화문 앞 횡단보도에서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들이 피켓 운동을 펼쳤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정희 의원(서울 관악구)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홀로 서 있었다.

유 의원은 "계엄 이후 국가 대외 신뢰도도 추락했고 경제적 타격도 심해졌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선고가 지연될수록 국민 갈등과 골도 더 깊어진다"며 헌법재판소의 빠른 탄핵선고를 촉구했다.

이소연 기자 mone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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