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IP, 어디까지 바꿔도 될까…'백설공주' 실사판이 던진 질문

정민경 기자 2025. 3.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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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없는 성장 서사 호평 속 원작 훼손에 'PC 과잉' 논란도 여전
한국일보 칼럼 "상술에 활용해온 '정치적 올바름', 독이 든 사과"
경향신문 "이번 '백설공주' 본 아이들, 다양한 공주 그리는 사회 구성원 될 것"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백설공주 이미지.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가 1937년 원작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지난 19일 '백설공주' 실사 영화로 공개한 가운데, 정치적 올바름(PC) 과잉 논란과 현대적 여성상 재해석이라는 두 축으로 갈린 반응이 나온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 공주가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스토리 라인을 제거한 것에는 호평을 얻고 있지만, '눈처럼 하얀 피부'라는 원작을 뒤집은 설정 등은 '원작 훼손'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19일 개봉한 '백설공주'는 원작에서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라는 설정을 눈보라를 뚫고 태어난 백설공주라는 설정으로 바꾸고, 왕자를 등장시키지 않고 공주가 도적단 리더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로 바꿨다. 또한 왕비와의 '외모 대결'도 내면의 아름다움에 관한 대결로 바꿨다.

'백설공주'의 실사 영화 개봉은 고전 IP를 현대화할 때, 어떤 지점은 변해야 하고, 어떤 지점은 원작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디즈니가 '백설공주'를 라틴계 배우 레이철 지글러를 캐스팅하자 이를 논란으로 만드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예고편에서는 '싫어요'가 100만 개 이상이 달렸다. 디즈니 측은 이례적으로 시사회를 취소하고 배우들의 언론 접촉도 최소화한 바 있다.

지난 19일과 20일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경향신문 <눈보라 뚫고 태어난 '구릿빛 백설공주' 공감 얻을까>, 국민일보 <눈부신 외모보다 내면의 선함 강조…잡음 많은 '백설공주' 개봉>, 매일경제 <피부색 논란에도…백성 사랑하는 멋진 공주>, 서울신문 <PC논란 삼킨 백설공주 웰메이드 OST로 깨어날까>, 조선일보 <'타잔 같아요' 백설공주 논란>, 중앙일보 <동화 찢었다, 구릿빛 백설공주>, 한겨레 <백설공주의 어정쩡한 타협>, 한국일보 <눈처럼 흰 피부? 눈보라 뚫은 강한 여성! 21세기에 맞춰 풀어낸 현대적 백설공주> 등의 제목으로 '백설공주'를 다뤘다.

조선일보는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PC)을 과도하게 의식하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관점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모든 공주가 진취적이고 용감한 영웅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서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곱 난쟁이를 CG로 만든 것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왜소증 배우의 일감을 뺏었다”는 비판도 전했다.

중앙일보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도 “'기다리는' 여성이 아니라 '행동하는' 여성을 내세운 것은 좋지만, 영화 내내 가르치듯이 담대함과 공정함, 용기 등의 덕목을 대사로 반복해 강조하는 대목은 큰 흠”이라 지적했다.

▲3월19일 한국일보 칼럼.

한국일보는 칼럼 <백설공주의 피부색>(3월19일)에서 “외모 지상주의를 경계하는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했다고는 하나 새하얀 백설공주의 피부를 당연하게 여기던 대중의 반발을 초래할 만 하다”며 “'백설공주' 논란은 깨어있는 영화들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 디즈니가 상술에 활용해온 '정치적 올바름'이 이제는 독이든 사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CG로 대신한 난쟁이 장면은 부자연스러워 논쟁을 피한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스러우며 △라틴계 외모로 '원작 파괴' 비판을 받은 주인공은 연기력과 노래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으며 △공주가 왕비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악당을 물리치고 리더로 인정받는 결론은 고심이 묻어나온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PC 논쟁의 1탄이었던 '인어공주' 실사판보다 진일보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라면서도 “다만 변하는 관객들과 원작을 사랑하는 관객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기대 이상의 새로움은 보여주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실사판 백설공주의 주체적 여성상과 다양성 반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신문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번 '백설공주'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원작에 익숙한 어른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의 공주를 그리는 사회 구성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며 “상상력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아이들에게 피부색은 생각보다 부차적인 것일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매일경제 역시 “백설공주 실사화 영화를 둘러싸고 라틴계 배우의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캐스팅 논란이 있었지만 오늘날 재해석한 백설공주가 의지있고 강인한 인물로 보이는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실사판 '백설공주'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고전과 현대, 전통과 다양성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에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원작을 중시하는 관점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캐릭터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반대로 주체적 여성상과 다양성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캐릭터의 정체성 중에서 피부색 등 외모는 중요하지 않은 지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설공주' 실사판은 고전 IP를 현대화할 때 어디까지 변화를 감수해야 하는지를 놓고 산업과 관객이 충돌한 사례로 꼽힌다. 변화의 폭을 넓힐수록 원작 팬층의 반발은 커지고, 원작을 고수할 수록 새 시대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고전 IP의 명맥을 어떻게 잇느냐에 대해 콘텐츠 제작자들이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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