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남극대륙 빙하 속에서 찾은 기후위기의 흔적
‘제7의 대륙’이라고 불리는 남극에는 전 세계 얼음의 약 90%가 존재하고 있다. 평균 두께가 2km에 이르는 이 거대한 빙하는 100만 년 이상 눈이 내리고 쌓이고 굳어지면서 형성되어, 마치 기상기후의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거대한 역사책과 같다.
역사책을 펼쳐 그 안에 적힌 글을 읽으면 과거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남극 빙하에 아주 깊게 구멍을 뚫어 빙하 코어를 꺼내 보면 과거의 기온을 짐작할 수 있다. 대기 중의 산소에는 가벼운 산소와 무거운 산소가 있는데, 무거운 산소로 구성된 물 분자는 보통의 물 분자보다 비교적 증발이 어렵다. 날씨가 추울 때는 가벼운 산소로 만들어진 물만 먼저 증발해서 눈으로 내리고, 따뜻할 때는 무거운 산소로 만들어진 물도 함께 증발한다. 이러한 눈이 내리는 원리를 바탕으로 빙하에 포함된 산소 비율을 분석하면 예전의 기온을 유추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남극대륙의 빙하 코어 연구를 통해 지구가 여러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평균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의 지구온난화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온 변동 자체가 아닌 기온 변화의 속도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2021)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대비 2011~2020년의 전 지구 표면 온도는 1.09℃ 상승했고, 우리나라도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기온이 과거(1912~1940년)보다 1.6℃나 올랐다. 1도 상승에 2,000년이 걸렸던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의 기후변화 속도가 얼마나 급격한지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에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 기상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에 따라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나타나면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설정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에 채택됐고, 2015년에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1.5도까지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그리고 2023년에는 전 세계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 제정과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이 시행됐고, 기상청은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 업무를 총괄하고 지원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국가 기후위기 감시·예측 체계를 강화해 사회·경제 각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한반도 기후환경에 특화된 국가기후예측시스템을 개발해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농수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해수면 온도 전망, 기상가뭄지수, 소하천 유역 면적 강수량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통해 시군구별 미래 기후변화 예측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비를 지원하고자 한다.
내일은 세계기상기구(WMO)가 발족한 1950년 3월 23일을 기념하는 ‘세계기상의 날’이다. 세계기상기구는 매년 기상기후와 관련된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올해 주제는 ‘조기경보 격차 함께 줄이기’로 위험기상 현상에 대한 사전 정보 전달체계를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상청도 올해 정책목표를 ‘기상재해에 안전한 국민, 기후위기에 준비된 국가’로 정하고, 기상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여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남극 빙하에 남아 있는 기후변화의 흔적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위험기상을 통해 우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가 지금 우리의 일이 되었음을 체감하는 요즘, 세계기상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한 작은 행동들을 하나씩 실천해 보면 어떨까. 지금부터 모두 함께 노력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지구의 기상기후 역사가 담긴 훌륭한 역사책인 남극대륙을 잘 물려주고, 기후위기 극복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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