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빈발하는 군 사건·사고 “우리의 민·군 관계는 안녕한가”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 2025. 3. 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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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안전 불감증과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문화가 문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당 명령 불복종 법안’도 논란

(시사저널=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

최근 한 달 사이 잇따라 발생한 우리 군의 사건·사고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대한민국 국군의 민낯을 드러냈다. 3월초에는 경기도 포천에서 공군 KF-16 전투기가 민가에 폭탄을 잘못 투하했고, 그 직후에는 양주 육군 비행장에서 고가의 무인정찰기 '헤론'과 '수리온' 헬기가 충돌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실토할 정도로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더욱 불안한 것은 2건의 사고가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군 전체에 만연한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징후(symptom)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명백히 청명한 기상임에도, 폭탄을 투하하기 전에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은 조종사, 지상 이동 중인 무인기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관제 시스템, 이런 현상들은 국방 개혁과 첨단 무기체계를 자랑하는 최정예 일류 군대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들이 발생한 시점에 흥미로운 법안들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다. 군인이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명문화하는 법안들이 그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발의된 이 법안들은 군인이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불복종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하자는 취지다. 명분은 국회의사당 진입과 같은 위헌적 명령에 불복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앞의 군내 사고와 법안 발의가 별개 사안처럼 보이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모두 한국군의 조직문화와 관련된,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우리의 민·군 관계는 안녕하신가?" 

3월17일 육군 대형 정찰 무인기가 지상에 있는 헬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문제 제기 꺼리는 군의 경직된 조직 분위기 

현대 민·군 관계의 핵심은 '군대의 군대화(militarization)'를 통해 어떤 적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육성하는 것이다. 군대의 사명은 대통령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충성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재산, 영토의 완결성, 주권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지상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고 헌법이 부여한 사명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민·군 관계야말로 국가의 흥망과 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포천 오폭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좌표 입력 실수다. 조종사가 14개 좌표, 즉 210개 숫자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단 1개의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이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기회가 3번이나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는 점이다. 입력된 좌표와 원본을 대조하지 않았고, 전투기에 업로드할 때도 확인하지 않았고, 폭탄 투하 직전에 표적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도 생략했다.

이는 장세진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지적한 '체크섬(checksum)' 기술 같은 간단한 해결책으로 예방할 수도 있었던 사고다. 단순한 기술적 노하우가 적용되면, 오폭 사고의 90%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핵심은 기술적 해결책의 부재가 아니다. 우리 군의 안전 불감증과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문화가 문제다. 한편으로는 어떤 명령이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맹종의 문화, 문제 제기 자체를 꺼리는 경직된 조직 분위기 등은 오늘날 한국군이 직면한 딜레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부당 명령 불복종 법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쟁이 벌어졌는데 '발포하라'는 명령에 군인들이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쏘겠다'고 한다면 군대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도 있다. 명령의 위법성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는 군인이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상명하복 체계를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부당 명령 거부권을 보장하자는 주장 사이에서 지혜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3월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KF-16 오폭 사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군을 정치적 줄세우기 도구로 삼지 말아야

첫째, 군대의 기본을 재정비해야 한다. 첨단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다. 좌표 확인과 같은 기초적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 군대가 과연 실전에서 작전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을까? 기본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군대에서 엄격한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어불성설처럼 들린다.

둘째, 미군과 같은 수준의 교차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일례로, 미군의 '근접 항공지원' 교범에 따르면, 폭탄 투하 직전에 조종사가 지상 통제관과 교신해 좌표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다. 만일 포천 사고 당시에 이런 절차가 있었다면, 지상 통제관이 '사격 중지'를 지시해 오폭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셋째, 군의 충성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독일 같은 선진국 군대에서는 충성의 제1 대상이 헌법과 복무규정에 명시되어 있다. 일례로, "헌법을 위반하는 자에게 충성하면서 헌법에 충성할 수 없다"는 미군의 원칙은 헌법적 가치에 충성해야 하는 군내 상명하복의 한계를 분명히 제시한다. 독일 연방군도 복무규정에서 "군인은 제복 입은 민주시민이어야 한다"며 민주적 질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다.

넷째, 그러면서도 군대의 생명인 상명하복 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군인의 충성 대상은 헌법이지만, 어떻게 헌법적 가치에 충성하는지에 대한 세부사항까지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대의 생명은 사기와 군율이며, 이를 세우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지휘관의 리더십과 역량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대를 정치적 줄 세우기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군은 국민의 군대이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대 줄 세우기가 반복되는 현상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엄중한 안보 현실에서 국방의 최후 보루를 뒤흔드는 자해행위다. 오폭 사고와 항공기 충돌 사고, 그리고 '부당 명령 불복종 법안' 논란은 모두 우리 군이 전문성과 민주성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이제는 유능하면서도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군대를 위한 지혜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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