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온다" 충격 전망 내놓더니…반전 상황에 개미들 '환호'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한경우 2025. 3. 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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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겨울론' 재탕 빗나갔다
외국인 순매수 2.8조 중 70% 이상 집중
"현재 12개월 선행 PBR 1배로 밴드 최하단…8만원도 기대"
中이구환신 예상 못한 모건스탠리…6개월만에 목표가 올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선에 안착한 모습이다. 작년 10월15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범용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 조짐이 나타난 데다, 외국인 수급까지 유입된 덕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대형주 주가를 흔들었던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목표주가를 상향한 점도 눈길을 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6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주 동안에만 12.8%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 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737억원어치 현물주식을 순매수했고, 이 중 71.35%(1조9791억원)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됐다. 기관도 3206억원어치를 샀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2조3096억원어치 순매수한 게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6080억원어치 팔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돋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일 정도로 저렴해 주가 하락의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범용 메모리반도체 반등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 기대감이 고조되면 12개월 선행 PBR 1.4배(주가 8만원)까지도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한 보고서를 내놓은 점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각각 상향됐다. 작년 9월15일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까지도 공급 과잉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두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깎은 지 6개 월만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 8월11일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황 악화를 미리 예견한 바 있지만, 작년 9월에 내놓은 전망은 빗나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BM 공급 과잉을 예상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내렸지만,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주가는 해당 보고서가 나온 직후가 52주 최저가다.

범용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빗나갔다. 모건스탠리가 예상하지 못한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의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증가하자 눌려 있던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미국의 샌디스크는 다음달 1일부터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했다. 다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D램 가격 회복세도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하반기 DDR5 가격 전망을 기존 3.3달러에서 4.2달러로 상향했다. 이달 초 시작된 D램 가격 회복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의 2025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매출이 80억5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79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이번 분기 매출 가이던스 역시 시장 전망치(84억4000만달러)보다 많은 86억9000만달러가 제시됐다.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강한 수요가 데이터센터 D램 매출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저점 매수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권고한다”고 말한다. 차세대 D램 제조 공정 및 HBM 분야에서의 성과가 확인돼야 밸류에이션 밴드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 및 실적의 개선 여부는 HBM 4세대(3E) 12단 재설계 제품이 엔비디아의 인증에 통과할 수 있을지, HBM4에 사용될 1C 나노 D램의 특성이 양호할지, 중국에 공급할 HBM 및 전용 GPU의 판매가 미국 정보에 의해 제한될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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