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위권 대혼전 “역대급 순위 다툼 예상”
작년 삼성의 ‘깜짝 돌풍’, 올해는 어느 팀이?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야구 시즌이 왔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3월22일부터 시즌 144경기 일정을 시작했다. 시즌 145번째 경기(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역대급 순위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력이 평준화됐다고도, 팀마다 물음표 전력이 많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3월22일부터 시즌 144경기 시작
일단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 지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는 확실한 5강으로 점쳐진다. KIA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우승 전력에서 불펜의 키였던 장현식이 FA로 LG 트윈스로 이적했으나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예비 FA' 조상우를 영입해 출혈을 줄였다. 2020년 구원왕 출신 조상우는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개인으로서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조상우는 2022~2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24 시즌 키움에 복귀했었다.
좌완투수 이의리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의리는 작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고 6월께 팀에 합류한다. 윤영철 또한 부상을 떨쳐냈다. 새로 영입한 애덤 올러는 시범경기 동안 시속 155km 안팎의 강속구와 화려한 변화구를 뽐냈다.
타선은 데뷔 4년 차를 맞는 작년 MVP 김도영에 베테랑 최형우·나성범 등이 건재하다. KIA는 지난해 팀 타격 1위(0.301), 팀 평균자책점 1위(4.40)였다. 비수도권 구단 A 단장은 "KIA는 투타 밸런스가 좋고 뎁스(선수층) 또한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화되어 있다. 투수진의 안정감을 갖춰 긴 연패에 빠질 가능성도 가장 적다"고 했다. 다만 경기당 평균 1개(시즌 146개)가 넘었던 실책을 줄여야만 한다. 수비율(0.973)이 전체 꼴찌였다.
LG는 2년 만의 우승을 벼르고 있다. LG는 장현식·김강률 등을 영입하며 불펜을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6월이면 2023년 핵심 우승 멤버였던 불펜 이정용이 상무에서 돌아온다. 지난해 수술을 받은 함덕주와 유영찬도 시즌 중 합류한다. 염경엽 LG 감독이 "작년에는 쓸 선수가 제한적이었으나 올해는 뎁스가 두터워졌다"면서 상위권 싸움을 자신하는 이유다. 4·5월만 버티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다만 새로 영입한 요니 치리노스가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에서 8이닝 9피안타 5실점의 투구 내용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삼성 라이온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5강 전력"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다수지만, "부상자 관리가 문제"라는 의견도 꽤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불펜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이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 아예 나오지 못하고, 이성규(옆구리 통증)와 김영웅(늑골 타박상)이 스프링캠프 때 부상을 당한 게 뼈아프다. 수도권 구단 B 단장은 "선발 데니 레예스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 못 나온다. 초반 싸움에서 삼성이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주전 포수 강민호의 대안도 없다"고 꼬집었다. 시범경기 때 대담한 투구를 보여준 좌완 신인 투수 배찬승의 불펜 기여도는 기대해볼 만하다. 복수의 전문가가 "배찬승은 나날이 좋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치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 또한 5강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 두산은 외국인 투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콜 어빈과 잭 로그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다승 공동 1위 곽빈도 건재하다. 양의지를 중심으로 팀 조직력도 탄탄하다. 비수도권 C 단장은 "두산이 올 시즌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KT 또한 전력이 만만찮다. 윌리엄 쿠에바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고영표, 소형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남부럽지 않고 예비 FA 강백호가 있다. 비수도권 D 단장은 "강백호가 1번 타자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한화·롯데, 올해는 5강 진입에 성공할까
한화 이글스는 올해 반드시 성적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3년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선수를 끌어모았고,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문동주·김서현 등이 제대로 빛을 볼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중반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이 풀 시즌을 치르는 첫해이기에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시범경기 때 좋은 활약을 보인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두 외국인 투수가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느냐가 키포인트다.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SSG 랜더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통해 나승엽·윤동희·고승민 등 야수진이 잘 구축됐고 찰리 반즈, 터커 데이비슨, 박세웅, 나균안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도 안정돼 있다. 여기에 김진욱이 반등 기미를 보인다.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정철원의 불펜 활약도에 따라 충분히 5강도 가능하다.
이호준 신임 감독이 이끄는 NC는 지난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이 건재하고, 6월에는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복귀한다.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지난해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만하게 볼 전력은 아니다. SSG는 지난해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했던 팀이다. 최정·한유섬 등 베테랑들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있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로 인해 고전했던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의 반등 여부에 따라 팀 성적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빠져나간 키움 히어로즈는 타 구단에 비해 전체적으로 전력이 약해 보인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였던 좌완 정현우가 팀 4선발을 맡는다. 키움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를 두 명 쓴다. 지난해 팀 타율(0.264), 팀 홈런(104개), 팀 출루율(0.337) 모두 꼴찌를 기록한 데 따른 변화다.
2강 7중 1약 구도에서 올 시즌이 임기 마지막인 사령탑이 5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순위 싸움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만(삼성), 염경엽(LG), 이승엽(두산), 이숭용(SSG), 홍원기(키움) 감독이 올해 성적에 따라 재계약이 안 될 수 있다. 여차하면 시즌 중 경질 카드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버텨야만 살아남는다.
사실 KIA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가을야구 진출팀을 예상하기 버거운 시즌이다. 리빌딩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키움이 최약체로 분류되지만 상황에 따라 대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 작년 시즌만 봐도 삼성이 정규리그 2위를 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도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 커리어 하이를 찍으면서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다. 결국 긴 시즌 동안 돌발변수를 잘 다스리는 팀이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높일 전망이다. 1000만 관중을 돌파했던 작년보다 더 관중 '대박'이 예고되는 2025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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