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유일하게 늘린 종목 보니 [김민경의 글로벌 재테크]
'일단 관망' 올해 美증시서 자금 썰물
워런버핏 버크셔 현금 비축량 역대 최대
유일하게 지분 늘린 日상사 공통점 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세계 경제가 숨을 죽이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내놓은 정책 결정문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을 무려 16차례 언급하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어요. 일본과 중국에 이어 영국도 관세 전쟁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금리를 동결했고, 인하 기조를 이어온 유럽연합(EU)도 최근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의 수준은 매우 높고 새로운 시대에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요.
지난해 끊임없이 오르던 시장도 불확실성에 따른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어느 때보다 현금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하는데요.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3342억 달러(약 484조 5565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분기째 투자자산 매도를 늘리며 전체 자산의 약 30%를 현금화한 것이지요.
투자를 줄였지만 버크셔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요. 지난 2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버크셔 A주는 79만 2880달러(약 11억 5910만 원)로 마감하며 1조 8300억 달러의 시가총액(A·B주 합산)을 기록했어요. 투자회사인 버크셔가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죠.
불확실성을 우려해 현금 비축량을 늘린 버크셔가 유일하게 비중을 확대하는 종목이 있어요. 바로 일본 상사들인데요. 이토추 상사(ITOCHU), 마루베니(Marubeni), 미쓰비시 상사(Mitsubishi), 미쓰이 물산(Mitsui), 스미토모 상사(Sumitomo) 등 5개 회사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버크셔의 자회사는 17일 일본 간토재무국에 제출한 대량 지분 변경 신고서를 통해 5대 상사 지분율이 모두 1%포인트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미쓰이물산은 8.09%에서 9.82%로 가장 많이 올랐고 미쓰비시상사(8.31%→ 9.67%), 마루베니(8.30%→9.30%), 스미토모상사(8.23%→9.29%) 등 대부분 지분율이 9%대로 올라섰습니다. 이토추상사도 7.47%에서 8.53%로 높아졌고요.
이들 종합상사의 공통점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업종 특성상 사업 분야가 전 세계의 섬유, 식품,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어 리스크 헷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강력한 현금 흐름에 힘입어 배당금도 크게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이들 5개 상사들의 2025년 기준 평균 배당수익률은 3~5%에 달합니다.
특히 버크셔는 이들을 단순한 무역 중개회사가 아니라 광물 등 자원과 친환경 에너지 관련 회사로 보고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글로벌 광물 전쟁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는데요. 2000년 초반부터 사업 영역을 단순한 무역 중개에서 광물자원 확보로 확대해 왔기 때문이죠. 이들은 광물 자원을 수입해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광산을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자원을 확보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미쓰이물산인데요. 미쓰이는 최근에도 호주의 미개발 철광석 광산에 8000억 엔(약 7조 77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철광석 관련 개발·생산·판매 등의 권리와 발생 이익까지 포함하면 2050년까지 미쓰이물산의 철강석 생산량은 연간 1억 톤 이상에 달할 전망입니다. 세계 철광석 연간 생산량의 4%가 미쓰이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죠.
이 같은 행보는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이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야욕을 보이는 배경에도 이 핵심 광물 확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지요.
그럼 이 일본 종합상사들엔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까요? 앞서 소개한 5개 상사 모두 닛케이에 상장돼 있어 투자가 어렵진 않은데요. 그러나 일본 주식은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장벽이 좀 높습니다. 100주씩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대신 일본 증시나 국내 증시에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매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닛케이에 상장된 '1629(노무라상사도매ETF)'는 미쓰비시 상사(19.9%), 이토추 상사(19.16%), 스미토모 상사(8.57%), 마루베니(8.23%) 등 5대 종합 상사가 전체의 70% 이상 지분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상사 ETF입니다. 다만 주당 가격이 70만 원을 넘고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일본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이쉐어즈 MSCI 재팬(EWJ)'은 일본 대형주 전반에 투자하는 ETF로 일본 종합상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JPX-닛케이400ETF(JPXN) 역시 일본 400개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데 종합상사 비중이 30%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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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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