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혹 없다고 안심하면 큰일?…유방암 위험 5배 높이는 '이 병'

박정렬 기자 2025. 3. 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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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194) 비정형 유관 증식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김동원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장.

여성 암 발생률 부동의 1위는 유방암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8% 이상으로 매우 높은 암이기도 하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유방암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30세 이후 매월 자가검진 시행, 35세부터는 2년마다 병원 검진을 받길 권장한다. 그리고 40세 이후에는 1~2년마다 유방촬영과 임상 진찰을 시행하고, 고위험군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주기적으로 상담해야 한다.

하지만 유방암의 조기 발견보다 더 좋은 것은 유방암이 되기 전에 미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 것이다. 지금은 유방암이 아니지만, 유방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종양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비정형 유관 증식증'이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은 유방암에 가장 근접한 단계로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한 번 비정형 유관 증식증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현재 가슴에 혹이 하나도 없더라도 이후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이 약 5배 정도 올라가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은 유관 내막을 이루는 상피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고 과도하게 증식하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유관은 단일 층의 상피세포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지만, 비정형 유관 증식증에서는 모양이 불규칙한 세포들이 여러 겹으로 증식한다. 이 질환은 유방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병변 중 하나로 세포 증식이 2㎜ 이하일 경우 비정형 유관 증식증, 2㎜를 초과하면 유방암 0기인 상피내암으로 진단한다.

정상적인 유방 조직은 생리주기, 임신, 수유 등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증식하지만 이후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반면, 비정형 유관 증식증에서는 세포 배열이 무질서하게 변하고 일부 세포의 크기와 모양이 불규칙해진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면 세포의 성장 통제가 무너지고 구조적 이상이 발생하며, 유전자 변이가 축적될 경우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여성호르몬, 고령, 가족력, BRCA1 및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등 유방암과 위험 요인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은 증상이 거의 없어 주로 유방 촬영술(맘모그래피)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총조직검사 또는 입체정위진공보조생검술(맘모톰 시술)을 이용한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유방 MRI 검사는 병변의 범위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기존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추가 병변을 찾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방암 가족력이나 유전적 돌연변이를 보유한 고위험군이라면 더욱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므로 유방 MRI가 필수적이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의 치료 원칙은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로 떼어낸 후 최종 병리 검사 결과에서 약 30% 정도는 유방암으로 진단이 되는데, 이 경우는 유방암에 대한 추가적인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맘모톰 시술은 조직채취를 통한 진단과 병변 제거가 동시에 가능한 시술로 병변이 작거나 국소적인 경우 모두 제거할 수 있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이 전암성 병변으로 위험한 병이긴 하지만 맘모톰 시술로 완전히 제거됐다 판단되고 MRI 등의 검사에 추가적인 위험 요소가 없다면 수술하지 않고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관리하기도 한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이 유방 전체에 넓게 분포해 있을 시에는 유방 전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암이 아닌데도 유방을 전절제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닌 만큼 병변의 범위, 가족력, 기타 위험 요인, 환자의 생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으로 진단된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5배 정도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가 뒤따라야 한다. 호르몬 대체 요법이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의 후 시행해야 한다.

비정형 유관 증식증 및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포화지방 섭취는 가급적 줄인다. 또한, 경구 피임약이나 호르몬 대체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알코올 섭취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방암을 조기 발견 또는 더 나아가 유방암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가검진과 함께 적절한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필요할 때 즉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유방암 예방의 핵심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외부 기고자 - 김동원 대림성모병원 유방센터장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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