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진사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오기노 감독의 ‘레오 포기’...감독의 이상과 현실 간의 지나친 괴리가 불러온 실패였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이유는 단순하다. 스포츠단은 감독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포츠 구단은 선수들과 프런트 개개인의 생계의 장이며 팀 성적은 그들의 연봉과 고과에 직결된다. 아울러 팬들은 언제나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원한다. 고로 감독이 자신의 철학과 이상을 고집하다 팀 성적을 추락하게 만든다면? 많은 권한을 준 만큼, 이에 직접 책임을 져야한다. 여기서 책임은 딱 하나밖에 없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오기노 감독은 구단을 통해 “OK저축은행 감독으로서 선수들, 팬과 함께한 지난 두 시즌은 매우 뜻깊었다. 그간 보내주신 응원에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라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팀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읏맨 배구단이 더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기노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일본 스타일의 배구를 OK저축은행에 이식하려 했다. 서브의 위력을 인위적으로 줄여서라도 범실을 최소화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인 상대의 세트 플레이를 블로킹과 디그로 제어하려는 배구를 시도했다.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오기노 감독의 시험대였다. 결과는? 대참사에 가까운 실패였다. 오기노 감독이 직접 뽑은 마누엘 루코니(이탈리아)는 시즌 초반 5경기에서 단 29점, 공격 성공률 35.29%에 그친 뒤 기량 미달로 퇴출됐다. 루코니 대신 데려온 크리스(폴란드)도 30경기 220점, 경기당 평균 10점도 내지 못하는 빈곤한 득점력으로 ‘폭망’했다.
냉정히 말해, 레오가 없는 OK저축은행의 토종 선수층으로는 토털배구를 구현하기에는 구성원 구성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OK저축은행에는 현대캐피탈의 허수봉처럼 외국인 선수에 버금가는 파괴력 있는 토종 공격수가 없다. 대한한공의 정지석-곽승석 라인처럼 팀 시스템의 핵심이 되어줄 수 있는 공수겸장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도 없다. 이런 선수단 구성 속에서는 외국인 선수 기량의 비교 우위를 앞세우고, 토종 선수들의 장점을 모아 명확한 롤을 부여하는 게 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오기노 감독은 팀 내 구성원들의 기량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려 했고, 그 결과는 대실패였다.
정규리그 1~3위인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대한항공이 팀 서브득점 1~3위에 올라있다는 것은 오기노 감독의 배구가 틀렸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팀 공격 성공률이 30% 후반대~40% 초중반을 오가는 여자배구와는 달리 남자배구는 리시브가 잘 되면 속고이나 퀵오픈, 파이프(중앙 후위 공격) 등 상대 블로커들을 교란할 수 있는 확률 높은 공격 옵션을 사용해 50%가 훌쩍 넘는 공격 성공률을 올릴 수 있다. 이는 곧 범실을 감수하더라도 서브 득점을 노리고, 서브 득점이 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2∼3명의 블로킹이 달려들 수 있는 오픈 공격을 강요하는 게 더 효율적인 배구라는 얘기다. 오기노 감독은 수동적인 배구로 일관하다 처참한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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