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아야 PE한다?…생태계 교란하는 ‘큰 형님’ MBK에 시장 냉가슴 [투자360]

‘도의적 책임’에 방점 둔 대책…적절성 여부 화두로
연대책임 가능한 대표 자금력이 좌지우지?…위탁사 심사에 악영향 우려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홈플러스 회생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뒤늦게 내놓은 ‘수정 답안’을 두고 자본시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회생 지원 목적의 사재출연을 예고하면서 PE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운용사가 도의적 책임에 무게를 둔 나머지 위탁운용사 본연의 업무수행 범위를 넘어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홈플러스 물품 납품사의 결제대금 지급을 위해 사재를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재 출연 규모와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채권단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형태가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을 위시한 MBK파트너스의 행보를 두고 자본시장의 논쟁이 뜨겁다. 대체로 대응책 적절성 여부에 방점이 찍힌다.

이는 홈플러스를 둘러싼 상황 변화에 기인한다.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데 따른 비판이 거세졌던 만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도의적 책임 수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고, 김 회장의 개인곳간을 터는 등 주로 개인과 소상공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PE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투자처 발굴 및 투자금회수(엑시트) 성과로 인정받았던 운용사들이 이른바 ‘연대책임’이 가능한 수준의 대표의 자금력에 기대는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PE업계 관계자는 “기관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금액을 투자하는 운용사(GP)가 투자실패의 책임을 개인 금고에서 메꾸겠다는 셈”이라며 “위탁운용사 본연의 업무수행 범위를 부정하는 촌극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용사는 연기금 등 기관출자자(LP)의 자금을 기반으로 투자기업을 발굴한다. 상징적인 수준의 GP커밋(운용사 출자금)은 출자자와 위탁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함이다.

앞선 출자사업에서 펀드 소유주 개인의 자금력은 공식적인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 경영전략에 변화를 주고 포트폴리오기업의 체질개선을 꾀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선 투자처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야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든다. 기관이 위탁운용사 선정 심사에서 운용사의 트랙레코드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또 다른 PE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대표 개인의 자산 규모를 떠나 운용사의 투자회수 성과나 구축해 둔 파이프라인으로 평가받아왔다”며 “엄연히 정당하고 공정한 기준이 존재하는데 (사재 출연이) 나쁜 전례로 자리 잡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한편 시장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MBK파트너스가 조급한 마음에서 악수를 뒀다고 평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MBK파트너스는 국회, 국세청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사정권에 들어온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조사·법률·회계·정보통신(IT) 전문가를 배치한 ‘홈플러스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을 지난 19일 구성했다고 밝혔다. TF는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비롯해 기업어음(CP), 전단채 발행·판매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및 회계처리기준 확인을 위한 회계심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