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 앞에서 1년이라도 더 뛰고 싶어요"[남태희 인터뷰上]

김성수 기자 2025. 3.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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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카타르 메시'로 불리며 10년 넘게 중동에서 활약한 선수가 지난해 여름 32세의 나이로 돌연 K리그에 데뷔했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불렸던 남태희(33)는 이제 어엿한 고참이 돼 제주 SK라는 거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늘어난 책임감만큼 강해진 마음으로 K리그에서 경력 후반부 불꽃을 태우고 있다.

스포츠한국은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남태희를 만나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하며 겪었던 에피소드, 제주와 함께 그리고 싶은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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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SK에서 경력 후반부 불꽃을 태우고 있는 남태희.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제주는 지난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5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FC서울과 홈 개막전서 2-0으로 승리한 뒤 4경기 동안 1무3패로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인터뷰 후 개인 훈련을 하기 위해 운동복 차림으로 기자와 만난 남태희는 그날의 경기를 돌아보며 다시 결의를 다졌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제주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축구는 결국 '누가 더 골을 많이 넣느냐'의 싸움이니까요. 대전과의 경기 역시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할 수 있는 팀과 아닌 팀의 차이였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저부터 책임감을 갖고 있고, 팀 전체가 문제점 보완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은 정말 좋아요."

상대 팀 대전에는 영국 진출 얘기로 화제인 윤도영이 있었다. 이미 강원FC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양민혁과 같은 18세 청년. 이들의 나이는 남태희가 유럽 무대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당시의 나이와도 같았다.

"울산 유스팀인 현대고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대한축구협회에서 보내주는 영국 유학 프로그램에 지동원, 김원식과 함께 선발됐었습니다. 설기현 감독님이 뛰었던 레딩에서 당시 저를 좋게 평가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자 프랑스 리그앙 팀의 입단 테스트를 보기로 했습니다. 결국 발랑시엔에서 좋게 봐주셔서 18세에 계약을 하고 유럽 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어요. (양)민혁이나 (윤)도영이처럼 어린 선수들이 과거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K리그에서 잘해서 유럽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정말 흔치 않았어요. 지금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언어를 포함해 여러 부분에서 팀에 빠르게 녹아들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그게 힘들었거든요.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적응만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카타르 알 두하일에서 뛰던 당시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사비와 경합하는 남태희. ⓒAFPBBNews = News1

어린 나이에 유럽 빅리그에 진출한 남태희. 하지만 그의 다음 행보는 다른 유럽 리그가 아닌 중동 땅에서 펼쳐졌다.

"발랑시엔에서의 세 번째 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 출전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러던 중 발랑시엔에서 선수로 같이 뛰었던 자멜 벨마디 감독님이 카타르 리그의 레퀴야(現 알 두하일)의 사령탑으로 부임해 영입 제안을 주셨어요. 복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카타르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구단에서 유럽에 재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도 했고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도 따내고, 당시 A대표팀에도 꾸준히 출전할 수 있었기에 카타르행에 후회는 없습니다."

카타르에서만 11년을 뛴 남태희는 2023년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거쳐 지난해 여름 제주의 유니폼을 입었다. 32세의 나이에 K리그 데뷔를 이룬 것.

"사실 지난해 여름에 요코하마와 계약이 6개월 더 남아있었어요. 하지만 30세 이후로는 해마다 회복력과 스피드가 느려지는 게 느껴져서 '과연 1년 후에도 K리그에서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때 제주에서 저를 적극적으로 원하며 좋은 제안을 주셔서 오게 됐습니다. 가족 모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또한 김학범 감독님도 아버지가 아들을 대하듯 편하게 해주셔서 제주에서의 생활이 더 즐겁습니다. 물론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 경험한 감독님의 동계훈련은 동료들에게 들었던 소문대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감독님이 고참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많이 배려해주셔서 지금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해 감독님이 홀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선수들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집중해서 팬들의 실망을 덜어드릴 때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남태희가 앞으로 제주에서 이루고 싶은 바람은 무엇일까.

"일단은 파이널A(1~6위) 진출이 목표고, 더 나아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고 싶어요. 이번에 일본의 빗셀 고베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에 진출한 광주FC와 이에 열광하는 축구팬들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힘이 닿는 한 선수로 더 뛰고 싶어요. 외국에 계속 있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한국 팬들, 제주 팬들 앞에서 축구를 하니 너무 좋더라고요. 몸 관리를 잘해서 최대한 오래 뛰어보고 싶습니다."

제주와 함께 경력 후반기 불꽃을 태우고 있는 남태희. 그가 11년의 카타르 생활에서 겪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는 다음 기사에서 이어진다.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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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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