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look] 윤·이 '승복' 대한민국 살린다
다음 주 내려질 사법부의 판단이 한국 정치의 앞날을 결정하게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2심 법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도 다음 주로 다가왔다. 여기에 한덕수 총리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도 24일 내려지게 되었다. 이들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정치판이 크게 요동칠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판결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사건 판결 역시 향후 정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판결과 함께 지난해 12월 이후 우리 사회를 뒤덮은 혼란과 불확실성의 끝을 마침내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정파적 갈등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다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관세전쟁으로 기존의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행기 사고, 전투기 민가 오폭 등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경제는 내수든 수출이든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의 부재와 불확실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이제 다음 주로 다가온 사법부의 판결과 함께 우리 사회에 드리워졌던 불확실성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희망적인 기대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모두의 승복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판결에 대한 승복 의사를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이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 지도자라면 마땅히 따라야 할 책무일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 역시 판결이 어떠하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지지자들도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사실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판결 승복을 새삼 강조하는 까닭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정파적 분열이 심각한 탓이다. 또한 판결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에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무질서와 혼란의 비용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이후의 정치적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그나마 한국 사회가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차분하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민이 이런 제도적 절차에 의한 해결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사법부의 판결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헌정 제도에 의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을 겪어 왔지만, 판결에 대한 불복으로 생겨날 위기는 그 이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고 파멸적이다. 헌법으로 만들어진 제도의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기존 정치제도의 적법성과 권위에 대한 거부이고 그런 상황에서 남는 건 거리의 폭력과 무질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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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는 화해와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또 다른 갈등과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 내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치의 복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이견과 갈등을 조정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사법부가 이토록 무거운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국회는 갈등을 부추기거나 사법부에 그 책임을 떠맡기는 기관이 되었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의 극단적 결과가 이번 사태인 것이다. 사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유죄든 무죄든 어느 한쪽의 입장이 채택되기 마련이고, 그 결정은 불가피하게 다른 한쪽에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가결 이후 오늘날까지 석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동안 감춰져 있거나 외면했던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적대와 배제의 정치, 그리고 무능한 정치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과이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기존 정치 시스템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이제 개헌을 통해 새로운 정치 질서를 위한 통치구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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