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사들까지 찾아온다…남다른 GIAF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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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제미술제 성공 조건
아름다운 배흘림기둥이 돋보이는 고려시대 목조 관문 ‘임영관 삼문’. 천년을 이어온 관청인 강릉대도호부 관아 내부에 있는 국보 문화유산이다. 이 관문 앞이 지난 14일 취재진과 주한 외국 대사들, 미술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올해로 제3회를 맞은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이하 지아프)의 개막식을 맞아서다.
이날 대표적인 행위예술 작가 중 한 명인 홍이현숙이 “원래 손도 대기 어려운데 오늘 딱 한 번만 열어주기로 한” 국보 삼문을 기자들과 함께 통과하며 땅을 밟는 퍼포먼스를 했다. 삼문 안에 있는 중대청 건물에는 작가의 또 다른 퍼포먼스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 뒤에 위치한 전대청 건물에선 아르메니아계 시리아인으로서 런던에서 활동하는 흐라이르 사르키시안 작가가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시리아 내전을 차례로 겪는 가족의 슬픈 역사를 담은 영상작품을 직접 설명했다. 한편 관아 마당에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작가의 다양한 유기견을 묘사한 채색 목조각 370여 점이 설치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지난 14일 개막한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의 풍경. 4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강릉 창포다리에 설치된 김재현 작가의 깃발 작품 ‘플로어 맵핑’. [사진 GIAF]](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3/joongangsunday/20250323204052510xosn.jpg)
지난 1~2회 지아프와 겹치는 장소는 옥천동 웨어하우스와 유명한 싱가포르 미술가 호추니엔의 단편영화들이 상영되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두 곳뿐이다. 3회째 감독을 맡고 있는 박소희 큐레이터는 “예향 강릉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깃든 장소들이 미처 발견되지 않거나 버려진 채로 있는 경우가 많아 그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은 호수와 해변 같은 자연 풍광으로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신사임당·이율곡·허난설헌·허교산(허균) 등을 낳은 문향이며 강릉단오제를 보유한 예향이기도 하다.
지아프는 이렇게 강릉의 지역적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제1회 때 홍승혜, 제2회 때 티노 세갈 등 국내외 영향력 있는 작가들을 초청해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해왔다. 3회 동안 규모는 특별히 커지지 않았지만 미술제를 찾는 손님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특히 이번에 지아프를 찾은 대사들은 주최측에서 초대한 것이 아니라 대사들의 문화 모임에서 먼저 방문을 요청한 것이라고 박 감독은 설명했다.
![강릉대도호부 마당에 설치된 윤석남 작가의 조각 작품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사진 GIAF]](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3/joongangsunday/20250323204052905nptx.jpg)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은 “관(官)이 아닌 민(民)에서 출발해 자리를 잡아가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술제는 지방정부 소관으로 예산 배정에 따라 출렁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1995년(광주비엔날레 탄생)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비엔날레가 난립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주최 미술제의 취약한 상황을 드러내며 강원도의 또다른 미술제인 강원트리엔날레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강원트리엔날레는 2013년 평창비엔날레로 시작됐는데,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문화행사라는 비난을 받았고 2018년 올림픽 후에는 정체성과 존속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한동안 3년 주기의 트리엔날레로 바뀌어 존속해 왔으나 강원도가 지난 12월 올해 예산을 미편성하면서 운영실이 폐지 수순을 밟았다. 한편 2022년 열린 통영국제트리에날레는 불과 1회만에 폐지되었다.
![옛 함외과의원에 설치된 이해민선 작가의 회화 ‘덜 굳은 사물’. [사진 GIAF]](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3/joongangsunday/20250323204053244hrev.jpg)
![옥천동 웨어하우스에 설치된 정연두 작가의 작품 '싱코페이션 #5' [사진 GIAF]](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3/joongangsunday/20250323210359853slqr.jpg)
원래는 ‘격년으로 열린다’라는 뜻의 ‘비엔날레’가 미술제의 대명사처럼 된 것은 비엔날레의 기원이자 대표인 베니스비엔날레가 1895년 탄생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만국박람회를 모델로 해서 아트페어까지 겸하던 베니스비엔날레는 1968년에 작품 판매를 중단하고 선도적인 예술 담론에 집중하는 미술제로 거듭났다. 뒤를 이은 주요 비엔날레도 이런 경향을 따라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무 미술 행사에나 비엔날레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다가, 그들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춘 비엔날레 수도 너무 많다”고 김달진 관장은 평했다.
![2024 광주비엔날레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3/joongangsunday/20250323204053621eier.jpg)
![2024 창원조각비엔날레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3/joongangsunday/20250323204053983aoxn.jpg)

박 감독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래도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는 관의 도움이 컸습니다. 옛 함외과의원도 강릉시 재생과가 구입한 건물인데 저의 제안과 기획안을 받고 흔쾌히 빌려준 것이고요. 또 다른 장소인 ‘작은 공연장 단’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애를 먹긴 했지만 무료로 빌려 주셔서 작가 공연에 더 힘을 보탤 수 있었습니다. 강릉대도호부의 경우는 강릉시청 유산과가 국가유산청 설득에 도움이 됐습니다. 단오제처럼 강릉은 민관합작이 비교적 잘 되는 도시라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역 미술제의 성공은 관과 민의 역할 분담과 유연한 합작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비엔날레 난립 시대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귀기울일 만한 대목이다.
■ “민간이 주최한 GIAF, 일관성 있는 전시 콘셉트 유지”

Q : 민간기업에서 하는 국제미술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 “가장 큰 장점은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주최 비엔날레의 경우 외부 큐레이터 팀은 매회 바뀌고 관에 속한 문화재단 소속 공무원들도 보직 변경이 잦기 때문에 전시 노하우가 제대로 기록·축적되지 못한다. 또한 큐레이터 선발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정작 전시 준비 기간은 6개월에 그치곤 한다. 민간기업 재단은 그 점에서 유리하다. 게다가 파마리서치의 모토 자체가 ‘재생’이다보니 도시의 숨은 이야기와 공간들을 되살리는 전시 콘셉트와 결이 일치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에 가장 큰 어려움은 시(市)나 국가유산청이 소유한 공간들을 섭외할 때다. 지자체 주최 행사면 서류 한 장으로 해결될 것이 훨씬 많은 공정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민간기업으로서 공공 공간을 오래 점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달 이상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Q : 국보를 품은 천년 관청 강릉대도호부가 제3회에서야 전시 장소가 된 것은 그만큼 섭외가 어려웠던 것인가?
A : “그렇지는 않다. 2022년 제1회 주제는 ‘강릉 연구’로서, 강릉의 몰랐던 이야기들과 그에 얽힌 공간들을 다루는 것이 핵심이었다. 강릉에 오면 바로 해변과 경포호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시 안쪽의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서부시장과 같은 공간들을 섭외했다. 2023년 제2회 ‘서유록’에서는 20세기 초 대관령을 넘나든 강릉 김씨 부인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와 관련된 공간들은 전시 장소로 삼았다. 올해 ‘에시자, 오시자(강릉단오굿에서 악사들이 사용하는 구음)’는 ‘강릉 이야기’ 3부작의 대단원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강릉대도호부가 전시 장소로 반드시 필요했다. 2027년 열리는 제4회부터는 2028년 완공 예정인 재단 복합문화예술공간(조병수 건축가 설계)을 거점으로 도시의 여러 지점을 연결하는 형태일 것이다.” 」
강릉=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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