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 중 경제수장까지… 野, 30번째 탄핵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5당이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작년 12월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한 데 이어 이번엔 ‘권한대행의 대행’인 최 대행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다른 야 4당과 함께 의원 188명 명의로 최 대행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재 판결을 3주째 무시하는데, 최고 공직자가 헌법을 이렇게 무시하면 나라 질서가 유지되겠냐는 생각이 강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최 대행이 임명하지 않는다며 “몸조심하라”고 했고, 이후 민주당은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탄핵소추 사유로 최 대행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공범 혐의가 있고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음에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점도 소추 사유에 포함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헌재의 결정 선고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할 것이 자명함에도 기어이 경제부총리를 탄핵하겠다는 것은 목적을 잃어버린 감정적 보복”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글로벌 관세 전쟁의 파고가 높은데, 외교 컨트롤타워인 한 대행이 돌아오니까 이제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 부총리를 탄핵해서 국정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 들어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 30건 중 국회에서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것은 13건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결정이 내려진 8건은 모두 기각됐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줄탄핵·줄기각’에 대한 사과나 반성도 없이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괘씸죄를 걸어 오기의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尹 선고 늦어지자 초조한 野… 한덕수 결과도 안 보고 ‘오기 탄핵’
민주당 등 야(野) 5당이 21일 발의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탄핵소추안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래 30번째 발의한 정부 인사 탄핵소추안이다. 전임 정권 때까지 국회에서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21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 수립 이후 발의된 탄핵소추안의 60%가량이 윤석열 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작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한 데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은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소추했다. 이에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은 ‘권한대행의 대행’ 최 부총리까지 탄핵소추하겠다고 나서자 정치권에선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자 민주당의 초조감이 반영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주도한 ‘줄탄핵’으로 정부 고위 공무원의 직무가 정지되거나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한 사례는 18번 있었다. 민주당이 최 대행 탄핵안 표결을 감행하면 최 대행은 19번째 직무 정지 또는 자진 사퇴 사례가 된다. 오는 24일 헌재가 한 총리 탄핵을 기각하면 그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최 대행에게서 넘겨받는다. 하지만 만약 헌재에서 한 총리 탄핵이 인용되고 최 대행까지 탄핵소추되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넘겨받는다.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정상 체제에 빠져들게 된다.
정치권에선 애초 민주당이 최 대행 탄핵소추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현 정부 들어 국회를 통과해 헌재로 넘어간 탄핵소추안 13건 중 현재까지 결정이 내려진 8건 모두 기각된 점도 민주당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줄탄핵이 줄기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도 최 대행 탄핵안 발의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 탄핵소추 대리인단 선임료 등 세금 낭비 지적에 이렇다 할 유감 표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안에서는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 항고를 하지 않은 심우정 검찰총장도 탄핵소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다.
야당의 최 대행 탄핵안 발의는 그가 경제부총리란 점에서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통상 전쟁이 벌어지고 내수 부진으로 인한 민생 경제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경제 정책 사령탑 직무를 정지시키는 데 대한 비판이 적잖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 위기를 자초한 건 최상목”(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함인경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치 보복에 눈이 먼 민주당은 무리한 탄핵으로 총리 직무를 정지시킨 것도 모자라 남아있는 경제 사령탑까지 정쟁에 끌어들여 괴롭히더니 기어이 우리 경제를 마비시킬 작정인가 보다”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최 대행 탄핵의 정치적 실효성을 두고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오는 24일 헌재가 한덕수 총리 탄핵안을 기각한다면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그런 상황에서 최 부총리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걸 문제 삼아 경제부총리 직무가 정지되는 탄핵소추를 감행하는 건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만 초래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날 최 대행 탄핵소추 사유로 12·3 비상계엄 위헌·위법성을 알면서도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선포를 돕거나 묵인·방조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예비비 확보, 국회 운영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에 관한 문건을 건네받아 하급자에게 전달해 이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또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은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미임명, 윤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한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미의뢰도 탄핵 소추 사유로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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