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비싸진 입원 전담의… 1년새 전국 병원서 채용 15% 늘어

오유진 기자 2025. 3. 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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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인건비에 고용 꺼려했지만 의정사태 이후 높은 연봉으로 채용
2월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서울아산병원은 작년 26명이었던 외과 입원 전담의를 올해 29명으로 늘렸다. 입원 전담의는 진단·수술을 담당하는 주치의와 별도로 병동을 돌면서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의사를 말한다. 이 병원 교수는 “전공의 이탈 후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원 환자 진료를 보조할 인력이 없으면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전공의 1만여 명이 한꺼번에 병원을 떠난 이후, 주요 대형 병원들이 억대 연봉을 내걸면서 ‘입원 전담 전문의’ 채용에 나서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12월 기준) 전국 입원 전담의는 총 375명. 의정 갈등 사태 직전인 2023년 12월(326명)과 비교하면 1년 새 15% 늘었다. 지난 2020년(249명)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입원 전담의는 내과 입원 전담의가 132명(35.2%)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소아청소년과 75명(20%), 외과 63명(16.8%), 가정의학과 54명(14.4%), 신경과 18명(4.8%) 등 순이다.

입원 전담의 증가세는 중환자 수술·입원이 많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대형 병원)들에서 두드러진다. 서울·경기 등 주요 병원의 입원 전담의 수는 2023년 181명에서 작년 234명으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전공의 의존도가 더 높았던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입원 환자 관리 인력을 필요로 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입원 전담의 제도는 미국의 ‘호스피털리스트(Hospitalist)’를 본떠 만든 것이다. 입원 전담의는 진료·수술을 하는 진료과 교수와 별도로 수시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기존 진료과 교수들과 치료 계획을 상의한다.

의정 사태 이전에는 병원들이 입원 전담의 채용을 꺼렸다. 전문의 고용에 드는 인건비 때문이다. 전공의는 평균 연봉이 7000만원 수준이지만, 전문의는 연 2억 이상을 줘야 한다. 병원 입장에선 전공의를 활용하는 게 이득인 것이다. 의정 갈등으로 휴일과 야간에 입원 환자들을 챙겨온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자, 상황이 바뀌었다. 빅5 병원의 한 대학 병원 입원 전담 교수는 “작년 정부가 병원장들에게 내린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그간 전공의들에게 내렸던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하면서 전공의들이 1년이 지나도 안 돌아올 것이라는 게 분명해지자 위기감을 느낀 대형 병원들이 입원 전담의를 대거 뽑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전공의 없는 병원에 대비해 전문의 중심 병원 모델을 안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말 기준 상급종합병원 47곳 가운데 41곳(87.2%)이 입원 전담의를 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원 전담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연봉을 3억원대로 올리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입원 전담의를 구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장은 “입원 전담의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져서 자금력이 있는 병원이어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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