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급한 대만, 알래스카 선제투자

이혜인/하지은 2025. 3.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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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
中 압박하자 美 지원 기대

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사업에 참여하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대만이 선수를 친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 원유 파이프라인.


21일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국영 석유기업 대만중유공사(CPC)는 전날 타이베이 본사에서 미국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와 알래스카 LNG 구매·투자 의향서를 체결했다. 대만 경제부는 “CPC는 안정적인 미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LNG를 조달하고 업스트림(생산) 부문의 투자 참여 권리를 모색하겠다”며 “미국과 대만 간 에너지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고,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의향서 체결은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와 AGDC가 대만을 방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전날 던리비 주지사가 참석한 만찬에서 “대만은 천연가스뿐 아니라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서 LNG를 생산해 1300㎞ 길이 가스관으로 남부 해안지역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최소 44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한다.

트럼프에 점수 따려는 대만…美 LNG 수입 늘려 무역흑자 줄인다
트럼프發 관세 압박 거세지자…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대만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데는 외교적, 경제적 포석이 모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이다. 대만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649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역대 최대치로 전년 대비 80% 이상 급증했다.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국을 상대로 4월 2일 상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를 수입하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지난해 전체 LNG 수입량의 약 10%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나머지는 대부분 호주와 카타르에서 구매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대만은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의 경제 협력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부 기조가 빠른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실익도 없지 않다. 알래스카는 대만과 가장 가까운 미국산 LNG 공급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중유공사(CPC)는 이번 협약을 통해 알래스카산 LNG 구매뿐 아니라 생산 부문 투자 참여권도 확보했다. 대만 매체인 대만중앙사는 “파나마운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송이 가능한 점은 운송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은 물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변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지난 10년간 민간 자본이나 대형 석유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개발사는 알래스카 주정부 소유의 AGDC가 유일하며 BP,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등은 2016년 철수했다. 높은 인프라 비용, 규제 불확실성, 소송 위험 등으로 알래스카 지역은 개발 난도가 높다.

대만의 선제 참여로 한국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먼저 투자하기로 해 한국에 대한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주지사는 대만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4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 자리에서 투자의향서(LOI) 제출 등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던리비 주지사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통상·에너지 당국자를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SK이노베이션, SK E&S, GS에너지, 세아제강 등 국내 기업과 면담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한에서 대만처럼 계약 형태로 투자 의사를 공식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대만은 주지사 방문 전 계약 조율이 끝나고 면담이 성사됐지만,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물밑협상은 없다는 후문이다.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혜인/하지은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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