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교통 소음에 '분노' 표출하는 야생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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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소음에 자주 노출되는 새일수록 공격성이 높아지는 등 교통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야생 조류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와 오스트리아 빈대 콘라드 로렌츠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노랑휘파람새의 이같은 행동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동물행동'에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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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소음에 자주 노출되는 새일수록 공격성이 높아지는 등 교통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야생 조류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와 오스트리아 빈대 콘라드 로렌츠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노랑휘파람새의 이같은 행동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동물행동’에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위치한 플로레아나섬과 산타크루즈섬의 총 38개 지점에서 이뤄졌다. 이 중 20개 지점은 도로에서 50m 이내, 18개 지점은 도로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연구팀은 노랑휘파람새에게 차량 소음을 들려주면서 새들이 보이는 울음 반응과 스피커에 다가가기, 반복 비행과 같은 공격 행동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도로 인근에 서식하는 노랑휘파람새는 차량 소음 상황에서 더 높은 공격성을 보인
반면 상대적으로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새들은 같은 상황에서 공격성이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도로 인근에 서식하면서 소음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개체일수록 공격적 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차량이 많지 않은 플로레아나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교통량이 적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음 노출이 새의 행동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 소음에 노출된 노랑휘파람새는 울음소리의 길이를 늘리는 경향도 나타났다. 새들이 외부 소음으로 위협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그 대신 물리적 공격으로 대응하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새들은 차량 소음 환경에서 울음소리의 최소 주파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소음을 피해 자신의 소리를 전달하려 했다. 이처럼 새들이 환경에 맞춰 울음 특성을 바꾸는 현상은 동물이 환경 변화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유연하게 바꾸는 '행동 가소성'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카글라 악카이 앵글리아러스킨대 교수는 “새들은 영역 방어를 위해 울음소리를 공격 신호로 사용하지만 교통 소음이 이 신호를 방해할 경우 물리적 공격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로 인근에 서식하는 소음 환경에 적응하며 신호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활동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갈라파고스처럼 인위적 영향이 적은 지역에서도 소음은 동물의 행동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며 “생태계 보존 정책을 수립할 때 소음공해의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anbehav.2025.123119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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