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에 오너가 지분 사주더니 사상 최대 유증한 한화에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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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5에 참가해 K-방산 종합 역량을 선보이며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한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IDEX' 2025에 설치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통합전시관 전경. (한화시스템=연합뉴스)]
지난해 1조7천억원대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해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증자가 글로벌 방산 시장 선점을 노린 선제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향후 2년간 추가로 6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어서 주주 손해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초대형 증자 카드를 갑자기 꺼낸 것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1조3천억원의 자금을 들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습니다.
이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투자를 명분으로 초대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을 두고 전체 주주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 섞인 지적이 나옵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보유한 주식 가치를 희석해 직·간접적인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커 악재로 받아들여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는 유상증자 발표 전 주가 대비 낮은 60만5천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률은 13%에 달합니다.
실제로 전날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시간 외 시장에서 하한가까지 밀린 데 이어 21일 장중 최대 15.79% 급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해외 투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양호한 재무 전망을 고려했을 때 3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글로벌 방산 호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천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조8천억원, 3조5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습니다. 향후 2년간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것입니다.
노무라 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날 회사 측이 연 긴급 기업설명(IR) 행사에서 "방산 회사로 좋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데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회사 측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조단위 영업이익 시대를 맞았지만, 세계 지정학적 대변동 속에서 유럽, 미국, 중동,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전략 투자를 단행하려면 투자 실탄을 최대한 조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 증자 결정 단행했다는 입장입니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임원(전무)은 전날 설명회에서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업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고,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주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이뤄진 한화그룹 차원의 한화오션 지분 '교통정리'와 이번 유상증자를 연결해 볼 때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결정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화그룹은 최근 각 계열사로 분산된 한화오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았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 10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천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거래는 이달 13일 이뤄졌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연결 기준 기존 34.7%에서 42.0%로 늘어났습니다. 결과적으로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아울러 이 거래를 통해 한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1조3천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을 포함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함께 100% 지분을 보유합니다. 한화임팩트도 한화에너지가 다시 약 5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화그룹이 총수 일가의 방산 지배력 강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을 우선 투입하고 나서 시차를 두고 부족해진 투자 재원 마련 부담을 일반 주주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 정리에 그룹 캐시카우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공금'을 투입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투입됐던 총수 일가 회사의 1조원대 자금의 '엑시트'까지 마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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