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4월2일… GM한국사업장 '관세 해법' 오리무중

김이재 기자 2025. 3. 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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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판매량 84%가 미국 수출… 국내 시장 경쟁력은 갈수록 희미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예고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GM한국사업장의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본사인 르네상스 센터.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와 자동차 등 부분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4월2일이 다가오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GM(제너럴모터스)한국사업장은 연일 한국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은 철수설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마주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헥터 비자레알 GM한국사업장 사장과 로버트 트림 GM한국사업장 노사협력 부문 부사장, 안규백 금속노조 GM한국사업장 지부장 등 노사 대표단은 미국 GM 본사를 방문했다. GM한국사업장 노사는 2027년 이후 생산 차종 계획 등을 논의하고 한국 사업장의 역할과 중요성을 본사에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GM한국사업장은 연일 철수설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 소재 GM 직영 서울서비스센터를 언론에 최초 공개하며 세계 유일한 직영 서비스센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윌리엄 헨리 GM한국사업장 해외사업 부문(애프터 세일즈 서비스 부문) 전무도 한국 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헨리 전무는 한국 철수설에 대해 "오늘이든 미래든 우리의 목표는 한국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GM 서비스 부문에서 한국이 최고 수준"이라고 답했다.

GM한국사업장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49만9559대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수출 비중은 전체의 95%를 차지했는데 미국으로 수출된 물량만 41만8792대에 달한다. 전체 판매량의 약 84%가 미국으로 향한 셈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GM한국사업장은 25%의 자동차 관세 부과 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수출 물량이 줄면 국내 판매를 늘려 매출을 보전해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신차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EV'는 올 1분기(1~3월)가 끝나가도록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GM한국사업장 전체 판매량의 84%가 미국 수출 물량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선적 대기 중인 모습. 사진 속 자동차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GM 본사가 한국 시장을 강화할 의지가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GM한국사업장이 내수 시장을 등한시하고 수출에만 집중하면서 사실상 본사의 수출 전진기지가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GM한국사업장의 국내 판매량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하위인 2만4824대로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 주력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2월 기준 내수 판매량도 14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줄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국내 시장을 공략할 차 라인업도 경쟁사 보다 부족하다. 현재 쉐보레가 판매 중인 모델은 SUV, CUV, 픽업트럭 각 1종씩이다. 구형 모델인 트래버스와 타호는 재고 소진으로 판매를 종료했다.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자동차가 토레스, 그랑 콜레오스 등을 새로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 반등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GM한국사업장 관계자는 "어떤 브랜드인지는 확정할 수 없지만 통합 브랜드 내에서 올해 국내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GM한국사업장이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수출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GM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GM한국사업장은 협약 조항 중 같은 차에 서로 다른 회사의 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리배징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GM한국사업장의 미국 수출 물량 일부를 생산 시설이 없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돌리는 방안으로 글로벌 수출 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GM한국사업장 관계자는 "노사 대표단의 본사 방문은 정기적으로 본사와 미국 현지 공장을 방문하는 '비전 트립'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확정되기 전이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재 기자 yjkim0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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