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임명동의’ 거듭 무시 KBS…‘파우치 사장 멋대로’ 방송 꿈꾸나

박장범 사장 체제의 한국방송(KBS)이 사내 구성원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지난 20일자로 김창회 피디(PD)를 라디오국장에 임명했다. 전임 박민 사장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박장범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 등 네 명의 국장급 인사도 임명동의 없이 강행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이를 두고 “파우치 박장범 체제의 KBS가 사장만 바뀌었을 뿐 낙하산 박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한국방송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방송은 이번 라디오국장 인사를 포함해 박장범 사장 취임 이후 5명의 보도·시사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를 모두 임명동의 없이 앉혔다. 한국방송은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단협)과 사규의 일부인 방송편성규약 등을 통해 국장 임명동의제를 규정하고 있으나, 박민 전 사장 재임기부터 관련 조항들이 사실상 형해화 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이 내세우는 대표적 논리는 ‘임명동의제가 사장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방송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박장범 사장은 지난해 임명 직전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이런 주장을 펼쳤고, 박민 전 사장도 지난해 1월 5명의 주요 국장급 인사 당시 거의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박 전 사장 체제의 한국방송은 국장 임명동의제 무력화에 앞서 2023년 11월 사보를 통해 ‘임명동의제에 따른 5대 국장 임명은 방송법 위반’이라는 점과 ‘임명동의제는 사용자의 인사권을 박탈하는 수준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 ‘임명동의제는 정식 이사회 보고·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다’는 점 등을 세세히 밝혔다. 방송법엔 ‘공사의 직원은 정관에 따라 사장이 임면한다’고 나와 있고, 한국방송 정관에는 임명동의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니 임명동의제는 방송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 쪽은 사장의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는 단협이 위법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일부 하급심 판례를 제시했다.
반면 노조와 학계 인사는 사 쪽의 법 해석이 지나치게 일방적·자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 쪽 주장과 달리 ‘임명동의제 미이행이 방송법 위반’에 해당하고, ‘임명동의제는 사용자의 인사권 침해라기보다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방송 노사는 2019년 편성규약(16조)에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취재 및 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명문화하고 그 구체적 실행은 단협에 따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임명동의제를 무시하는 사 쪽의 인사권 행사는 단협 위반일 뿐 아니라 편성규약 이행 의무를 규정한 방송법(4조) 위배에도 해당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사 쪽의 인사권 침해 주장과 관련해 “임명동의제는 정치적, 경제적 압력이 상존하는 작금의 언론 현실을 고려할 때, 일선 언론인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진실보도라는 국민의 알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절차법상으로도 KBS 임명동의제는 위법하지 않지만, 절차법을 논의하기 이전에 존재 정당성이 있는 제도”라고 짚었다.
한국방송 사 쪽이 임명동의제 무력화를 꾀하는 근본적 배경에는 결국 구성원의 참여와 견제를 배제한 채 방송을 ‘입맛대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방송 소속 윤성구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방송법에 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은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으니 한국방송 사 쪽이 쉽사리 무시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도와 방송을 주무르기 위해 구성원 절반의 선택조차 받을 깜냥이 없는 무능력한 사람을 임명하는 데에도 임명동의제는 걸림돌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사 쪽은 ‘임명동의제 미준수는 편성규약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한겨레의 질의에 “KBS 방송편성규약에 따르면, 취재 및 제작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는 단체협약에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KBS는 2024년 6월4일부터 무단협 상황으로, 임명동의제는 효력을 잃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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