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시 위대해질까[서중해의 경제망원경](43)

2025. 3. 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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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10월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다. 뒤 화면에 “드릴, 베이비, 드릴(시추하자, 계속 시추하자)”는 구호가 띄워져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베이커, 블룸, 데이비스 등 세 명의 미국 경제학자가 제공하는 경제정책불확실성지수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의 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중국, 일본과 유럽의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경제 불확실성에 직면해 미국 경제 또한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식시장과 달러 가치를 짚어보자.

미국의 주식시장 상황을 대변하는 S&P500 지수는 지난 2월 19일 6144를 기록했다. 지수 작성을 시작한 1957년 이래로 최고점이다. 정점 이후 S&P지수는 하락해 3월 14일에는 5639를 기록했다. 최고점 대비 약 8% 하락했다. 미국 언론은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조정에 들어갔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겁박 정책은 종래 미국 정책과 반대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후보는 달러의 고평가 때문에 미국 제품이 외국 시장에서 비싸게 되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안은 교역상대국 환율의 절상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로 주요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달러 환율은 상승했는데(이는 달러화가 약세가 됐다는 의미다), 이는 겉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달러 약세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공격적인 무역정책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겁박 정책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이는 미국 자산, 달러에 대한 선호를 낮추는 효과를 초래한다. 또한 달러 약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 및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이후 미국의 경제정책이 다시 정상화되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 이후에도 미국 우선주의가 경제정책에 반영돼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경우다. 첫 번째 경우는 미국이 다자주의로 복귀하고 글로벌 어젠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빈곤과 질병 퇴치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협력과 경쟁이라는 국제질서의 기본이 지켜질 것이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가치 외교를 통해 동맹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유일한 절대 강자는 아니지만, 여러 동맹국과 함께 국제평화를 증진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는 미국과 세계가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시나리오의 하나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이 옵션이 채택될 수도 있다. 이 옵션은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데,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왜 그런가를 경제적 측면에서 짚어보자.

강대국의 조건은 당연히 강력한 경제다. 해외 식민지에서 착취하든 내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든 경제력으로 경쟁국을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패권국들은 식민지가 주요한 경제력의 원천이었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한때 세계를 제패한 또는 제패하고자 한 국가들은 해외 식민지를 개척하고 착취해 국부를 쌓는 것이 국가 발전 축의 하나였다. 해외 식민지를 두고 유럽 열강이 벌인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이다. 미국은 이 점에서 다른 길을 걸었다. 내부의 광활한 대륙과 자원을 개척하는 것으로도 해외 식민지 착취에 못지않은 국부를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대한 내부 자원이 제공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세계 곳곳에서 이주민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마그넷(자석)이 됐고, 이는 성장의 또 다른 엔진으로 점화했다.

트럼프 1기, 그리고 2기의 경제 및 교역 정책은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황금기에 추진한 흐름과는 전혀 다르다. 교역상대국을 관세로 겁박하는 교역 정책은 세계 경제의 통합을 주창한 종래의 미국 대외 교역 정책에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민에 대한 반감은 내부 기회가 소진됐다는 것을 역설한다. 전통 제조업을 내어주고 서비스와 금융으로 부를 축적하고자 했으나 그 역풍을 맞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제조업 글로벌 공급망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서 초크 포인트(조임목)가 됐다.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의 세계’ 대비해야

출범한 지 두 달 남짓한 트럼프 2기 정부가 내놓은 상당수의 정책은 미국의 전성기와는 전혀 다른 퇴행적인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기후·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인 1월 20일 ‘전기자동차 의무화’ 철폐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명령했다. 또한 그는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승인된 모든 에너지 프로젝트를 조기에 완료할 것을 명령했다. 석유 시추 및 프래킹(지하 암반에 고압의 액체를 주입해 균열을 낸 뒤 셰일가스 등을 뽑아내는 방법)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3년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중국은 1위로 세계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미국은 2위로 11%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하면 중국에 빌미를 제공하고 세계 전체의 상황은 악화한다. 지구 전체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늦춰지게 됐다.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 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이전의 세계 경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술과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결과 화석연료 대비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최근 10년 사이에 현저하게 하락했다. 2024년 9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태양광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2010년에는 화석연료 대비 414% 비쌌지만, 2023년에는 오히려 56% 더 낮아진 것으로 보고했다. 재생 가능 발전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새로운 발전의 공급원이 된 것이다. 이 점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퇴행적이다.

현재 상황은 대선 캠페인에서 외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와는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쇠퇴를 재촉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겁박에 눌릴 게 아니라 미국이 쇠퇴한 세계 질서의 모습을 새기며, 그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의 세계는 분명 더 어지럽고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서중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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