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소음, 중국 욕 창피해"…시위대 떠나자 다시 관광객 모였다[르포]

헌재 앞 시위대 강제 해산 후 풍경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맞은편 거리에서 시위대가 사라진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거리를 지나다니고 있다. /사진=오석진 기자.

지난 20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계란 투척 사건을 계기로 탄핵 찬반 시위대가 빠져나간 헌법재판소 인근 거리가 일상을 되찾았다. 헌재를 둘러싼 경찰 차벽과 폴리스라인은 여전했지만 시위대 대신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거리를 오갔다. 시민들은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헌재 상권의 완전한 회복을 바랐다.

21일 오전 헌재 앞에서 만난 김모씨(27)는 "평소에도 이쪽에 자주 오는데 최근엔 거리가 시위대로 가득 차 있어서 지나다니질 못했다"며 "지금은 통제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다. 이럴 거면 진작 몰아내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주 토요일에 중국인 친구와 안국역을 찾았는데 길을 지나갈 때마다 맥락 없는 중국 욕을 해서 친구에게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며 "아직도 시끄럽긴 하지만 속이 다 시원하다"고 했다.

21일 오전 헌법재판소 맞은편 도로의 시위대들이 해산돼 도로가 고요한 모습(왼쪽). 반면 헌법재판소 정문 근처에선 1인 시위자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오른쪽). /사진=오석진 기자.

경찰은 전날 계란 투척 사건 이후 탄핵 반대 시위자들이 헌재 앞으로 몰려들자 강제 해산 조치했다. 전날 오후에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폭행당하는 사건도 벌어졌고, 다시 한번 헌재 앞 시위대 해산 조치를 단행했다. 집시법상 헌재 100m 반경에서는 집회, 시위를 열 수 없다. 이날 경찰은 헌재로 향하는 골목에 투명 방벽을 설치하고, 관광객들의 출입을 허용했다.

한복을 입은 일본인 관광객 나츠미씨(24)는 "여기가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사진도 이쁘게 나온다고 알고 있다"며 "원래 이쪽에 올 수 없다고 들었는데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이 여전히 시끄럽긴 하지만 여행 온 만큼 최대한 많이 보고 놀고 갈 예정이다"고 했다.

다만 이날에도 헌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은 이어졌다. 불법 천막 속 밤샘 농성도 진행되고 있다. 탄핵 반대 진영은 헌재 정문 왼쪽에서 필리버스터 기자회견 형태로 편법 시위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문 오른쪽에서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재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시위대 해산 이후로 많이 조용해졌지만 관광객들은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시위대는 물론 나무에 붙은 각종 팻말부터 경찰 저지선까지도 싹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고가 빨리 나고 거리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들이 탄핵 반대 시위자가 던진 계란 및 바나나가 1인 시위를 벗어난 행태라며 강제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