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웅 부천W진병원 ‘책임 회피 보도자료’에 유족 “수사 필요”

고경태 기자 2025. 3. 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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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사실 황당하게 왜곡해 기술”
양재웅 부천 더블유(W)진병원 원장이 지난해 10월23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 출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환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을 검찰에게 수사 의뢰한 데 대해 병원 쪽이 ‘책임 회피성’ 보도자료를 내자 피해자 유족이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진정인이 인권위 결정을 곧바로 반박하는 일이 이례적인 데다 그 내용도 대부분 사실과 달라 논란이 인다.

20일 경기 부천 더블유진병원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통해 인권위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해 인권위의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앞서 인권위는 19일 더블유진병원의 의사 지시 없는 격리와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총장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병원은 피해자에 대해 진료나 세밀한 파악 등의 조치 없이 환자를 강박하는 한편, 당직 의사는 피해자가 응급 후송될 때까지 회진도 돌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10일 다이어트 약인 디에타민(펜터민) 중독 치료를 위해 더블유진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박아무개(33)씨는 격리·강박을 당하다 17일 만에 숨졌다. 사망 직전 배변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대변 물을 바닥에 흘리자 격리·강박 됐고, 한 시간여만에 강박에서 풀려났으나 목숨을 잃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박씨 유족들은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진정을 낸 데 이어, 부천 원미경찰서에 양재웅 병원장 등 의료진 6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 감정 결과를 회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1월부터 수사를 중지한 상태다.

지난해 5월27일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서 33살 여성 환자인 박아무개씨가 손과 발, 가슴까지 5포인트 강박 된 채 누워있다.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

인권위는 “더블유진병원이 보도자료에서 인권위 결정을 왜곡했다”는 입장이다. 전날 더블유진병원은 보도자료에서 △격리·강박 조치의 적정성과 그 절차의 위법성에 관하여는 인권위 조사와 결정만으로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격리·강박과 관련한 전체 시스템 개선이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원내에서 행해진 강박·격리는 모두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전문가의 판단하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치의가 환자 상태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상태 파악 지시를 하지 않았고, 당시 10분 거리에 있던 당직의가 단 한 번도 병원을 방문한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에 “특히 ‘인권위 결정에 의하더라도 격리는 그 즉시 보고와 승인이 있었다’고 병원 쪽이 밝힌 대목은 거짓말”이라며 “더블유진병원 환자 사망사건 조사에서 명확히 드러난 것은 원장 양재웅과 주치의·간호사 모두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75조를 위반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는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경우가 아니면 격리하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더블유(W)진병원.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가 격리·강박 됐을 때 당시 간호사가 주치의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격리가 필요하다고 보고하자, 주치의는 다른 환자 2명에 대해 투약 지시를 보내면서 피해자의 격리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치의는 인권위 조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격리를 승인하는 취지로 다른 입원환자 2명에 대한 안정제 투약을 지시한 것”이며 “피해자에 대한 격리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간호사에게 ‘격리하지 말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앞서 강박 여부를 묻는 간호사 질문에 주치의가 다른 환자에 대한 투약 지시를 하며 ‘네’라 답한 것을 인정해 강박 지시는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얼마동안 격리할지 지시가 없었으며, 5포인트 강박에 대한 주치의의 지시가 없었음에도 피해자는 5포인트 강박되었다.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한겨레에 입장문을 보내 “(병원 쪽이) 인권위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므로, 검찰·경찰이 즉시 강제수사권을 동원해 진실을 밝혀주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 피해자의 상태가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사망 직전) 주치의나 당직의는 피해자를 대면 진료한 사실이 전혀 없었고, 투약이 금지된 둘코락스 좌약만을 투여하였다”며 “인권위 조사에서 확인됐듯 진료기록부 허위 기재 등 증거 인멸 행위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신장애인 단체도 병원 쪽의 반박자료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한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전략기획본부장은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비싼 법무법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3명이나 선임하여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정말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였다면, 사람의 양팔과 양다리 그리고 가슴을 묶는 것이 배변 실수에 대한 최적의 조치였냐”며 “ 개별 병원의 노력으로 구조적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은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좋은 정신병원에 대한 모독이다 . 제도개선 뒤에 숨는다고 죽은 사람이 되돌아오지 않는다. 환자들의 인권보호 및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보완할 점은 책임 인정과 사과”라고 강조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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