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한다면서” 줄줄이 유상증자…개미들 뒤통수 쳤다 [투자360]
증시 오르면 유상증자, 밸류업 역행 비판
“엄청나게 긍정적” 이복현 발언도 논란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해 부진의 늪에서 국내 증시가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등 대기업 상장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기습적인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훼손되면 주가가 떨어지는 데다가 감시·규제권을 가진 금융당국도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국내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신규로 자사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손쉬운 방식이 될 수 있으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해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유상증자는 다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폐해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내 증시에서는 논란의 유상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삼성SDI가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일 삼성SDI 주가는 6.18%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당시 유상증자에 대해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자기자본 펀딩 방식을 취한 점은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당분간 주가에 다운사이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10월 30일에는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기습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관련 공시 직후 하한가로 급락했고,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끝에 유상증자 계획이 철회되는 등 시장의 혼란이 초래됐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회사 측은 어려운 업황 속 지속적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으나, 증권가에서는 투자 방향의 타당성과 별개로 유상증자 외에 방법이 없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예상되는 연결 영업이익만 3조5천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 규모에 맞먹고, 이후로도 꾸준한 이익 개선세가 기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투자금 조달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지난 18일 장중 78만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를 쓴 시점이어서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는 결론도 나기 전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금감원의 행보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심사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에도 “삼성SDI의 투자 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히 투자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심사를 처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지난달 유상증자 집중심사제도 도입을 결정하면서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등을 배경으로 밝혔음을 고려하면, 긍정적 결론을 예고한 이 원장의 발언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자들 역시 대기업 상장사와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토론방에서 “주가가 최고가에 달한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기업 마인드 자체가 글렀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투자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이전에 기어이 한탕을 하고 마는구나”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삼성SDI의 유상증자 결정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튿날 이뤄졌다.
이에 “이복현 원장이 상법 개정에 반대한다며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척하더니 결국은 기득권 편이었다. 개미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원성도 나왔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수현, 광고 손절·예능 불발…“사진 무단 배포” 가세연·김새론 유족 고발
- “친구 모으면 60만원 준다” 전례없는 파격 ‘용돈벌이’…500만명 ‘우르르’ 몰렸다
- “고인에 죄송하다”며 ‘김새론 결혼·낙태설’ 주장한 유튜버
- ‘출소’ 황철순, 아내 사생활 폭로 “허구한 날 술자리·男과 파티”
- “이영애, 김건희와 친분있다” 주장 유튜버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
- 김부선, 김수현 언급하며…“살인자 만도 못한 연예인 인권”
- 46세 장영란 “조기치매 가능성”…충격 진단, 왜?
- “고작 10만원 먹으려 이 고생?” 강원래 사기 피해 고백
- “마약 했어요” 자수한 래퍼 식케이…검찰, 징역 3년6개월 구형
- ‘이혼 발표’ 이시영, 20일 명품 브랜드 포토콜 행사 불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