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 80만명? ‘무업’ 중입니다 [The 5]

권지담 기자 2025. 3. 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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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333333;">[더 파이브: The 5]</span> MZ가 일 싫어한단 착각
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전문가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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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현재 진행 중인 기업과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10곳 중 5곳에 불과합니다. 특히 청년을 많이 뽑았던 제조업과 건설업이 고용을 줄이면서 구직활동하는 청년의 고통의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 절벽이 계속되자 구직활동도, 일도 안 하는 청년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그냥 쉬는 15∼29살 청년은 50만4000명으로, 처음 5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쉬는 30대도 31만6000명이나 됐는데요. 청년이 한창 일할 나이에 쉬는 이유는 뭘까요? 정말 쉬는 건 맞을까요? 백수 경험자이자 백수 청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박은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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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20대, 30대가 왜 쉬는 거예요?

박은미 대표: 일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청년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쉬는 청년이 아니라, 무업 청년이라 표현하고 있어요. 무업 기간을 보내는 이유는 다양해요.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청년도 많고요. 가족을 돌봐야 하거나 본인이 아픈 경우도 있어요. 학창시절에 왕따나 학교폭력을 당한 트라우마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고요. 사람을 만나기 두려운 거죠. 군대에서 힘든 문제를 겪고 직장에 들어갔는데 폭력을 경험해 그만두기도 해요.

매년 더 많은 무업 청년이 니트생활자를 찾아요. 청년들 상황도 안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초창기엔 무업청년 중 우울함이나 불안, 무기력한 청년 비중이 5% 정도였는데, 최근 30%까지 늘어난 것 같아요. 자살을 시도하거나 병동에 입원하는 사례도 많고요.

[The 2] 무업 청년은 뭘 하면서 지내요?

박은미 대표: 우선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맘 편히 쉬질 못해요. 또, 일을 그만둔 초반엔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지만, 월세나 휴대폰 사용 요금을 계속 내야 하잖아요. 꾸준히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청년이 많아요. 일하는 청년이 ‘쉬었음 인구’로 분류되는 거죠.

통계의 함정이 있어요. 통계청이 집계하는 고용동향의 ‘쉬었음’은 일주일간 주된 활동 상태를 묻는 말에, 쉬었음이라고 답한 경우에 해당하거든요. 청년 스스로도 그렇지만, 사회에서 단기 일자리를 일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청년이 (아르바이트 같은) 일을 하고도 쉬었음으로 응답하는 것 같아요.

한겨레 자료사진

[The 3] 쉬는 청년을 두고 ‘나약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너무 따진다’는 시선이 있잖아요. 정말 그래요?

박은미 대표: 그건 청년을 모르고 하는 말이에요. 무업 청년들 얘기를 들어보면, 미친 듯이 살았어요. 대학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니, 대학에 입학한 순간 이미 소진 상태가 되고요. 대학에 들어가도 전공이나 학교생활이 맞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무기력에 시달려요.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마냥 쉴 수도 없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스펙을 쌓아야 해요.

운 좋게 원하는 곳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예요. 엠제트(MZ) 세대가 워라밸을 따진다고 하지만, 실제론 굉장히 열정적으로 일하는 청년이 많아요. 시키지 않아도 야근하고 밤샘도 마다치 않고요. 이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는데 갑자기 해고되는 경우가 있어요. 최근엔 결혼한다고 회사에 이야기한 여성 직원을 동료들이 괴롭혀 퇴사하게 만든 사례도 있죠. 쉬지 않고 달려온 대가가 회사에서 내쳐지거나 괴롭힘이라니, 다시 뭘 시도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소진)에 빠지는 거죠.

[The 4] 쉬거나 구직활동 중인 청년을 보면 짧게 일한 경우가 많아요. 왜 그런 걸까요?

박은미 대표: 일의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낮고, 근로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요즘 1년 계약직도 구하기 힘들어서 3개월, 6개월 일자리를 택하는 경우도 많대요. 특히 중소기업은 일당백을 요구한다고 해요. 분명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는데, 대리급 이상의 업무를 시킨대요. 신입인데 교육 없이 실무를 시키니 압박감이 큰 거죠.

청년들 수준도 높아졌어요. 부모 세대가 투자를 많이 한 1990년대생은 교육을 많이 받았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고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등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죠. 근데 이들이 마주하는 직장문화는 여전히 구시대적이에요. 소비자를 속이거나 환경에 해를 입히는 일을 서슴지 않고 시키고요. 불합리한 건 문제 제기하라고 교육받았는데, 현실에선 (그렇게 하면) ‘요즘 애들이 문제’라며 비난하잖아요.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청년이 생기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The 5] 무업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요?

박은미 대표: (면접에서) 공백 기간을 묻지 못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여자란 이유로 취업이나 승진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괴롭힘을 일삼는 기업에겐 명단 공개와 같은 강력한 페널티(벌칙)를 줘야 하고요.

무업 청년이 고립되지 않도록 목적 없는 커뮤니티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옛날 동네 복덕방처럼 이웃에게 내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고, 배가 고프면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있는 따뜻한 곳이요.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단 점을 이해해주고, ‘고생이 많다’고 토닥여주는 시선도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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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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