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29패 꼴찌→자진 사퇴, 이럴 거면 왜 레오 버렸나…日 레전드의 씁쓸한 최후, 2년 만에 韓 떠나다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준우승 다음이 꼴찌라니,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0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현대캐피탈과 경기가 끝난 이후 오기노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을 전했다.
OK저축은행은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선발한 새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며 팀 공격력에 문제가 생겼고 이에 더해 시즌 중 아시아쿼터 선수였던 장빙롱 부상 등도 겹쳐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에 따라 오기노 감독은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씁쓸한 최후다. 오기노 감독은 일본의 레전드 배구선수 중 한 명이었다. 현역 시절 일본 대표팀 소속으로 올림픽 2회(1992, 2008), 세계선수권 3회(1990, 1998, 2006) 출전 경력이 있다.
또한 1988년부터 2010년까지 산토리 선버즈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일본리그 7회 우승(1996, 2000~2004, 2007), 일본리그 베스트6 2회, 일본리그 리시브상 7회를 수상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했다.
2023년 6월 OK저축은행 3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이전 감독들과 훈련 스타일을 제시하며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했다. 부임 첫 시즌부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우승,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한 번의 선택이 결국 팀과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지 몰랐을 것이다. 지난해 5월 열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다른 선수를 택하기로 결정한 것.
레오가 어떤 선수인가. V-리그를 호령하는 외인이며, OK저축은행을 8년 만에 챔프전으로 이끈 주역. 성적도 좋다. 36경기에 나와 955점 공격 성공률 54.54%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MVP 및 베스트 7 아포짓 스파이커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오기노 감독은 자신의 배구와 더 적합하는 선수가 있다며 레오가 아닌 이탈리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마누엘 루코니(등록명 루코니)를 뽑았다. 그러나 루코니는 5경기만 뛰고 한국을 떠났다. 29점 공격 성공률 35.29%로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이후 합류한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도 신호진에 밀리는 등 30경기 220점이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반면 오기노 감독이 버린 레오는 현대캐피탈에서 허수봉, 신펑, 전광인 등과 함께 행복 배구를 했고 36경기 682점 공격 성공률 52.9% 리시브 효율 29.41%를 기록하며 팀의 정규리그 1위 등극과 함께 정규리그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미 세터 4명(이민규, 박태성, 강정민, 정진혁)이 있는데 장빙롱의 대체자로 또 세터 포지션을 소화하는 일본 베테랑 하마다 쇼타를 데려온 부분도 팬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승점 29 7승 29패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7-2018시즌 이후 7년 만에 최하위 수모.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었지만 오기노 감독은 결국 스스로 팀을 떠났다.
지난 2년 동안 박창성, 김웅비, 김건우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무명의 2년차 공격수 김건우는 후반기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35경기 174점 공격 성공률 44.54%를 기록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 출신 김웅비도 19경기 159점 공격 성공률 41.08% 리시브 효율 36.52%로 잠재력을 뽐냈다.
오기노 감독은 구단을 통해 “OK저축은행 감독으로서 선수들, 팬과 함께한 지난 두 시즌은 매우 뜻깊었다. 그간 보내주신 응원에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라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팀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OK저축은행이 더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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