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치매도 유발한다...뇌 건강 지키려면 ②[미세먼지 처방전]
봄철이 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준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미세먼지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체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로, 지난 2013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되었다. 특히, 단순히 호흡기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조소혜 교수(영남대학교병원)과 함께 미세먼지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정신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영향 미쳐
미세먼지는 외부 활동 시간 및 일조량 감소, 사회적 접촉 감소 등 다양한 매개 효과로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조소혜 교수는 "미세먼지는 여러 환경적 요인과 결합해 정신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 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강조했다.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폐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거나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 미세먼지는 활성산소를 생성해 뇌의 신경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해 "뇌는 고단백·고지질로 구성되어 있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산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미세먼지가 뇌로 들어오면 활성산소를 생성해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신경세포 손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변화시키고 DNA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동물 실험에서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전두엽과 해마에서 DNA 손상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체내 염증 물질 발현을 증가시켜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미세먼지로 인해 면역 세포가 증가하고, 염증 물질(사이토카인)이 혈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서 신경계에 이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 균형을 깨뜨리고,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세먼지의 정신질환 유발 가능성, "누구나 위험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재림·김창수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대기오염 노출 시 대뇌 피질의 두께가 감소해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조재림 교수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모든 사람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정신질환 소인이 있는 사람이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정신질환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연구 결과의 의의를 밝혔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에 많이 노출된 사람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더 많이 쌓여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조소혜 교수는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유전적 소인이 없어도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수면 장애나 기분 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교수는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APOE e4'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들조차도 대기오염이 많을수록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즉, 유전적 요인이 없어도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 요인만으로 정신건강과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세먼지 많은 날, 외출 자제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 유지해야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꼭 나가야 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에 있더라도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소혜 교수는 "실내에서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감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실내 공기 질 관리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면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 교수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뇌의 해독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미세먼지로 인한 신경 손상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명상이나 취미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어려움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과도할 땐 정신건강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김연지 하이닥 인턴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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