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못가서 30대女 사망"...응급실행 CT찍다 90분 만에 쇼크, 무슨 일?
치통을 호소했지만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응급실 간 30대 여성이 CT 촬영 중 사용된 조영제에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일간 미러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여성은 영국 더럼주 스탠호프에 거주하던 34세 리 로저스로, B&Q에서 주방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약 2주 전부터 심한 치통을 앓았고 통증이 목과 가슴으로까지 퍼졌다. 하지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긴 대기 시간과 예약 적체로 인해 치과 진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통증이 심해진 리는 2024년 3월 7일 응급 구조를 요청했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더럼 대학교 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그에게 '루트비히 앙기나(Ludwig's angina)' 세균 감염 가능성을 의심했다.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세균이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을 진행했으며 촬영 과정에서 요오드 기반 조영제를 주입했다.
하지만 조영제를 투여받은 직후 리는 갑작스러운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를 일으켰고, 의료진이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90분 만에 사망했다.
사망 후 검사에서 루트비히 앙기나 세균 발견되지 않아...CT촬영 전 충분한 고지 없어 논란
사망한지 1년 정도가 지난 올해 2월 19일 크룩 검시 법원에서 열린 조사 심문에서, 당시 리의 CT 촬영 결과 애초에 의료진이 의심했던 세균 '루트비히 앙기나'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됐다. 수석 부검사 크리스핀 올리버는 "리 로저스의 사망 원인은 응급실 방문 후 CT 촬영을 위해 투여된 조영제에 의한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결론지었다.
리의 어머니 팸 로저스(56)는 딸이 제때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CT 촬영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후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딸이 수차례 치과 예약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응급실에 가야만 했고 결국 검사를 받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CT 촬영의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으며 의료진이 사전 동의 없이 조영제를 투여했다"고 지적했다.
NHS 다이렉트(NHS Direct)에 따르면, CT 촬영 중 사용되는 조영제는 일부 환자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쇠약감, 발한, 호흡 곤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NHS는 조영제를 투여한 환자는 30분간 병원에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리의 가족은 이러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팸 로저스는 "의료진이 너무 바빠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소한 조영제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전단지라도 제공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 병원 각 부서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개별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전체 차원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운티 더럼 & 달링턴 NHS 재단 트러스트(County Durham and Darlington NHS Foundation Trust)는 "리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유가족에게 공유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루트비히 앙기나 감염되면 심한 경우 호흡 곤란 유발하기도
의료진이 의심했던 세균 루트비히 앙기나는 치아 감염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심각한 세균성 감염이다. 감염되면 구강 바닥과 목 주위로 빠르게 퍼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기도를 압박해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감염은 충치로 인해 발생한 치아 농양(고름 주머니)에서 시작된다. 치료하지 않으면 세균이 혀 아래와 목 부위로 퍼지면서 염증과 부종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패혈증이나 기도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루트비히 앙기나의 주요 원인균은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이다.
초기 증상으로는 심한 치통, 구강 및 목 부위의 부종, 발열, 침 흘림, 삼키기 어려움 등이 나타나며, 증상이 악화되면 호흡 곤란과 쇼크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루트비히 앙기나는 응급 치료가 필요하며 심한 경우 수술을 통해 기도를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
세균 감염 정도 평가하기 위해 조영제 투여…심각한 부작용 일어나기도
루트비히 앙기나 진단을 위해 CT(컴퓨터 단층촬영) 또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시행되며, 감염 정도와 기도 압박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조영제(contrast media)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CT 촬영 및 MRI 검사에서 사용되는 조영제는 혈관이나 조직을 더욱 뚜렷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투여된다. 일반적으로 조영제는 요오드 기반 또는 가돌리늄(gadolinium) 기반 성분을 포함하는데, 이 성분이 일부 환자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신장 기능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는 조영제 투여 전 알레르기 병력 확인 및 사전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조영제를 투여한 후 최소 30분 이상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는 빠른 진단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조영제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사전 동의 없이 투여되는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처럼 환자가 본인의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을 모른 채 조영제를 맞고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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