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초임 50만원인데 여긴 300만원”...韓조선소 몰리는 이 나라 청년들
9대1 경쟁률 현지훈련생 200명
용접·도장 등 현장용어 배워
실습 후 조선소 취업 연결까지
울산시·HD현대중공업 함께
지자체 첫 ‘고용허가제’ 추진
정부, 조선업 맞춤형으로 발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도 해결
지난 18일 문을 연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의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 강의실. 우즈베크 각 주에서 선발된 훈련생들이 속속 강의실로 입장하자 강사가 한국 조선업 현장에서 쓰이는 각종 용어를 칠판에 적었다. 강사는 사상, 도장, 발판 등 교육생들이 선발된 각 직종의 의미를 설명한 뒤 “앞으로 2개월간 조선소 현장에서 쓰이는 많은 용어를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관련 용어 수업이 끝나자 바로 한국어 수업이 이어졌다. 훈련생들이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미리 가르치는 것이다.
김동일 HD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장(전무)은 “조선소 현장에서 외국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소통이었다”며 “유학생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토픽 2급 상당의 실력이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전문 용어를 몰라 힘들어한다. 교육과정에 현장 용어 비중을 확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즈베크 현지에서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가 18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울산시, HD현대중공업, 한국·우즈베크 정부가 협력해 인력난을 겪는 한국 제조업에 외국 노동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력 양성 사업이 닻을 올린 것이다.
그동안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한국 산업 현장에 배정됐다. 일자리 정보가 없다 보니 작업 용어를 몰라 허둥대고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일자리에 대한 실망감과 생각보다 센 노동 강도 때문에 직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공감한 고용노동부는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맞춤형 외국 인력 양성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부가 훈련 수료자를 기업에 우선 알선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물론, 민간 비자 알선 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에 우즈베크에 설립된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페르가나 직업훈련원 안에 있다. 우즈베크 수도 타슈켄트와 항공기로 1시간 거리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교육생 37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발판·도장·사장 등 3개 직종에서 202명을 선발해 18일에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은 3차에 걸쳐 3개월씩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은 본사에서 기술 강사 2명을 파견하고, 우즈베크 현지에서 한국어 강사 4명과 보조강사 2명을 채용했다. 울산시는 국내 조선소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용접봉과 철판 등 5억원 상당의 실습 기자재를 지원했다.
이 센터 훈련생 대부분의 나이는 20대 중후반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도 적지 않았다. 발판 직종에 지원한 사바빔 아하두르 씨(30)는 2017~2020년 서울과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여성 훈련생 3명도 포함됐다. 한 여성은 한국에서 전문 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해 활동하기도 했다.
센터에서 만난 카리도브 사르도르 씨(32)는 부산의 4년제 대학교에서 에너지 분야 학사·석사 과정을 마치고 우즈베크에서 대학 강사로 일하다가 이번 교육과정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조선업 현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귀국해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즈베크 평균임금은 30만원, 대졸 초임은 50만원 정도다. 국내 조선업 협력사 초임은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을 더하면 3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식 비용도 대부분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우즈베크에서 한국 조선소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이유다. 이 때문에 훈련생으로 선발되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실제 202명을 뽑는 이번 훈련생 모집 결과 1772명이 지원해 8.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외 인력 송출이 경제의 한 축인 우즈베크 정부도 이번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우즈베크 주요 인력 송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면서 인력 송출이 막히자 조선업 등 제조업 인력난을 겪는 한국이 주요 인력 송출국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 만큼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한국 파견 인력의 우리 사회 적응을 위해 우즈베크 정부가 신변을 보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페르가나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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