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터리 소재 기업 엔켐, 새 공장 캐나다서 미국으로 ‘급선회’

남지현 기자 2025. 3.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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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를 마련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비용이 더 들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0일 소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해액 제조사(매출 기준) 엔켐은 애초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지으려던 17만5천톤 규모의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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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전쟁 이후 국내 기업 생산 기지 변경 첫 사례
엔켐 조지아 공장 전경. 엔켐 제공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를 마련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비용이 더 들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0일 소재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해액 제조사(매출 기준) 엔켐은 애초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지으려던 17만5천톤 규모의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인디애나주 내 공장 부지 몇곳을 두고 막바지 검토 작업 중이다. 국내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투자지역을 미국으로 바꾸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가 캐나다 투자에 제동을 건 것은 지난 1월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 뒤 공언해온 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취임 첫날 재확인한 때다. 엔켐 관계자는 “미국 현지 고객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다가 관세 영향 때문에 미국으로 급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미국에 있어서 국경을 넘으며 내야 할 관세 비용이 캐나다의 값싼 공장 부지 임대료를 고려해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엔켐이 북미 시장에서 생산 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엔켐은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발판 삼아 중국 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 ‘무역 장벽’ 안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엔켐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연 10만5천톤(지난해 말 기준)을 상업 생산하고 있고, 현재 추진 중인 테네시주(17만5천톤) 공장을 포함해 2025년 말까지 북미 생산 능력을 55만톤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엔켐뿐 아니다. 국내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는 미국 업체와 합작 투자로 현지 생산 길을 열었다. 이날 엘앤에프는 공시를 통해 미국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제조사 ‘미트라켐’의 지분 3.3%를 1천만달러(약 145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미트라켐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미트라켐은 미국 에너지부와 미시간 주정부로부터 모두 1억2500만달러의 보조금을 확보해 미시간주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공장을 미국 현지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직접 공장을 짓거나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현지에 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택했다”며 “국내 생산 라인 설계를 미트라켐 공장 설계에 적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 2027년부터 현지 상업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엘앤에프는 현재 국내에만 공장이 있는 탓에 관세 리스크가 큰 편이다. 고객사인 배터리 셀 업체들이 북미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 기반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경쟁 업체에 밀려날 수 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향후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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