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근대 국제법의 초석을 다진 '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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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법학자 휘호 흐로티위스(Hugo Grotius, 1583~1645)가 1621년 3월 21일 뢰베슈타인(Loevestein Castle) 감옥에서 탈출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카를 5세의 합스부르크제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치른 전쟁(네덜란드 독립전쟁, 1567~1648) 시대를 살았다.
망명지 파리에서 그는 자연법에 근거한 로마법을 바탕에 두고 국가 간 분쟁-전쟁의 법적 해법을 모색하며 저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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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법학자 휘호 흐로티위스(Hugo Grotius, 1583~1645)가 1621년 3월 21일 뢰베슈타인(Loevestein Castle) 감옥에서 탈출했다. 그는 칼뱅의 예정설 등에 반발하면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1919년 6월부터 수감생활을 해왔다. 탁월한 법학자로서, 감옥에서도 독서와 저술활동을 허락받은 그는 책 상자에 숨어 탈옥을 감행했다. 2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하는 사이 책 상자에 대한 감시가 허술해진 참이었고, 마침 그날은 마을 축제일이었다. 알려진 바 그는 중도에 군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2시간가량 기척 없이 상자 속에서 견디는 연습까지 했다. 그는 약 열흘 뒤 앤트워프를 거쳐 프랑스 파리에 안착했고, 4년 뒤 근대 국제법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을 듣는 명저 ‘전쟁과 평화의 법’을 출간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카를 5세의 합스부르크제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치른 전쟁(네덜란드 독립전쟁, 1567~1648) 시대를 살았다. 당시는 대항해시대를 연 포르투갈과 에스파니아에 이어 네덜란드 상인들이 인류 최초의 주식회사(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설립해 세계를 장악해가던 시절이기도 했다. 해상 무역과 이권을 둘러싸고 국가 간 분쟁과 충돌이 끊이지 않던 때였다.
망명지 파리에서 그는 자연법에 근거한 로마법을 바탕에 두고 국가 간 분쟁-전쟁의 법적 해법을 모색하며 저 책을 집필했다. 앞선 저서 등으로 교역의 자유와 공해-영해의 개념 등을 설정한 그는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자기방어(방위)를 위해 벌이는 전쟁과 불의하게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한 전쟁, 부당한 처우에 대한 응징의 전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해상무역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그의 도움을 받고도 그를 가두었던 그의 조국 네덜란드는 독립전쟁 종전 조약인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독립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그에게 신세를 졌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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