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상용화 20년’ 주장한 젠슨 황, “내 발언 큰 파장...20년 긴 시간 아니야”
젠슨 황, 주요 양자컴 업체 CEO와 대담
“업계 주요 CEO들, 내 말 틀렸다 증명해봐라”
“저는 내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불러 모은 최초의 CEO가 될 것입니다.”
20일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시빅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퀀텀데이’ 행사에 진행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앞서 황CEO는 지난 1월 ‘쓸만한 양자컴이 나오려면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아이온큐, 디웨이브, 리게티 등 주요 양자컴 기업의 주가는 수십%씩 폭락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실언’에 대해 “고전 컴퓨터도 지금의 형태로 발전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러니 (양자컴의 발전에 있어) 5년, 10년, 15년이 걸린다는 말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양자컴 기업들이 (주가에 영향받는) 공개기업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GTC 역사상 처음으로 양자컴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퀀텀데이’를 마련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대담에서 황 CEO는 아이온큐, 디웨이브, 파스칼, 퀀티넘 등 글로벌 주요 양자컴 스타트업 12곳의 CEO와 AWS, 마이크로소프트(MS)의 양자컴 담당자들에 양자컴 기술 발전과 의미에 대한 송곳 같은 질문을 연달아 던졌고, 방어에 나선 CEO들이 진땀을 빼는 광경이 펼쳐졌다. 한 참석자는 “황 CEO는 양자컴 분야가 유망하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것 같다”고 했다.
황 CEO는 이날 양자컴이 ‘입지가 좋지 않다(poorly positioned)’고 지적했다. 그는 양자컴 CEO들에 “양자컴이라는 것은 과학 등 특정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도구(instrument)’가 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컴퓨터로서 진정 의미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고전컴퓨터가 인공지능(AI) 등으로 여전히 발전공간이 큰데, 양자컴이 기존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라지브 하즈라 퀀티넘 CEO는 “양자컴을 단순한 ‘도구’라고 볼 수는 없다”며 “예컨대 AI는 고전 컴퓨터에서 분명한 성장 한계에 도달하게 될 것인데, 양자컴으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생성형 AI’가 아닌 ‘생성형 퀀텀 AI’의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CEO는 “양자컴퓨터가 바로 고전컴퓨터를 대체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는 두가지 컴퓨터가 서로 상호작용할 것이고,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퀀텀칩을 제외하면 양자컴도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쓰는 고전컴퓨터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있다”고 했다.
황 CEO는 이어 “쓸만한 양자컴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도 물었다. 그는 “양자컴을 써서 우버 예약이 3초 정도 빨리오면 참 좋긴 하겠지만, 그게 쓸모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자신은 쓸모가 있는 양자컴이 나오기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라 말을 했는데, 그에 반박을 해보라는 것이다.
이에 대부분 CEO들은 화학, 물리, 생물 등 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튜 킨셀라 인플렉션 CEO는 “1946년 사람들이 애니악 컴퓨터를 처음 봤을때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던 것 처럼, 양자컴의 정확한 쓰임새도 당장 상상하기 어렵다”며 “다만 양자컴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빅 데이터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황CEO가 “내년에도 퀀텀데이를 열겠다”며 “1년 후에 이 곳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싶느냐”고 묻자 CEO들은 ‘퀀텀을 이용한 범용인공지능(AGI)’, ‘양자컴으로 데이터센터를 저전력으로 운영하는 법’ 등 대답을 쏟아냈다. 황 CEO는 “양자컴의 응용 프로그램이 내년에 바로 나올것만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론 양자컴이 역으로 AI의 발전 등 고전컴퓨터의 역량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주길 바란다”며 “훌륭한 연구를 이어가는 이들을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행사 후 주요 양자컴 기업의 주가는 6~11%가량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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