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만난 이재명 “삼성이 잘돼야 투자자도 잘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친(親)기업과 경제 성장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삼성이)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번 회동은 이 대표가 삼성에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의 민주당 후보 시절이던 2021년 말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했을 때 이 회장과 만난 적은 있지만 일대일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청소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사피)’ 서울캠퍼스를 찾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세상이라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우면 사람들의 삶도 어려워진다. 결국 일자리든 삶의 질이든 다 경제 활동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너무 잘하고 계시긴 하지만 최근 (삼성이 어렵다는) 여러 가지 얘기들도 있다”며 “우리 역량으로 위기를 잘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함께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확실히 열어가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이 회장과 함께 SSAFY 프로그램 운영자들을 만나 대화했다. SSAFY는 삼성이 청년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개설한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알맞은 AI(인공지능) 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껏 정부가 (AI 산업) 지원에 그쳤다면 이제 정부도 직접 투자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국가가 부담을 함께 하고 과실을 공유하면 어떠한가”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정부가 AI 분야 기업에 투자한 뒤 지분 30%를 정부가 다시 가져가는 방식의 ‘한국형 엔비디아’를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삼성이) 청년들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해주신 데 대해서도 감사드린다”며 “정부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저희 삼성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청년들을 미래를 위해, 단순히 사회 공헌을 떠나 우리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이 대표가) AI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을 방문해 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대표 방문으로)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은 이날 10분간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청년 취업 지원 방안, 반도체·AI 인재 양성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 잇따른 압박에 관한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트럼프 2기 정부 대응과 관련, “일본과 우리를 비교했을 때 공공 외교에서 많이 부족하다. 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이날 반도체 연구직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 제정 문제나 최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최근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며 ‘중도·실용’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등과 민생 경제 간담회를 했다. 민주당 대표가 한경협을 만난 것은 2015년 당시 문재인 대표가 허창수 전경련(한경협의 전신) 회장과 회동한 후 10년 만이다. 이에 앞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 등도 잇달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지난달 현대차 아산 공장 방문 당시에는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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