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점 차? 그것도 잠깐’ 소노 이정현 “감독님이 한마디 하신 후에...” 흐름을 뒤집었던 한 마디
[점프볼=고양/정다윤 인터넷기자] 이정현이 맹활약한 계기는 단순했다. 김태술 감독의 주문 덕분이었다. 바로 ‘이정현이 원하는 대로.’
고양 소노는 20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90-85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소노는 올 시즌 가스공사 상대 첫 승(1승 5패)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정현은 23득점(3점 슛 3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내 최다 득점을 이끌었고, 길었던 5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팀을 구해냈다.
경기 후 만난 이정현은 “긴 연패를 겪으며 경기력이 좋지 않은 경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승리까지 거둘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오랜만에 승리를 맛봐서 더 값진 느낌이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정현은 팀이 흔들릴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16점 차로 뒤처지던 어려운 상황, 이정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백투백 3점슛이 반격의 신호탄이었다. 이어 속공을 이끌었고, 특유의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이정현이 흔들자 동료들도 살아났다. 공격의 중심에서 경기 흐름을 뒤집은 이정현의 활약은 곧 승리의 열쇠였다.
경기 도중 김태술 감독의 한마디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라.“
이에 대해 “오늘 경기 중 감독님께서 2쿼터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번 플레이해보라는 뉘앙스로 말씀해 주셨고, 그 말을 듣고 나니 흐름이 갑자기 좋아졌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부터 슈팅도 더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시도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 결국 그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자,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전했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잔상처럼 남은 수비 습관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는 시행착오마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었다.
이정현은 “수비는 솔직히 지금까지 몸에 배어온 플레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김태술 감독님께서는 조금 다른 방향의 수비를 원하시기 때문에, 가끔 나도 모르게 튀어나가는 순간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더 정확하고 안정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수비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익숙한 리듬 속에서 한두 명이 과감히 움직이면, 팀 전체가 그 흐름을 받아 빈자리를 메우려 더욱 역동적으로 반응한다. 그런 유기적인 움직임이 오늘 경기에서는 유난히 거센 에너지로 폭발했다고 회고했다.
이정현은 “이전 수비 스타일 때문에 한두 명이 먼저 튀어나가면, 자연스럽게 팀원들도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팀 전체의 에너지 레벨이 올라가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특히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고 전했다.
이 경기의 또 다른 숨은 공신은 루키 이근준이었다. 4쿼터 승부처에서 3리바운드 1스틸 1블록을 기록하며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정현은 “(이)근준이가 오늘 잘해줬다. 마지막 투 샷과 미스만 빼면 완벽했던 경기였다(웃음). 처음에 근준이의 목표는 신인상이었다. 하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의기소침해졌고, 저번 경기 후에는 혼난 탓에 울기도 했다. 아직 어린 부분이 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면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선배미를 보였다.
리그 최고의 선수로서 막내에게 어떤 말을 전했는지 묻자 “위축되면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게 되고, 뭔가 시도하는 게 두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괜찮다고, 더 자신 있게 하라고 얘기해 주려고 한다. 사실 딱히 크게 도움은 안 될 거다(웃음)”고 전했다.
이정현은 그렇게 말했지만, 때로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 역시 그런 말들에 기대어 성장해왔다.
이어 이정현은 “(이)근준이에게 기술적으로 말고, 응원으로 말해주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통해 성장해왔기 때문에, 근준이에게도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 주고 있다”며 훈훈한 미소를 띄었다.
이정현과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섰던 이근준 역시 쑥스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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