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시네마 천국 개봉박두

김우열 2025. 3. 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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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촌 최초 화광아파트 부지
장성동 일대 지난해 5월 개관
2관 103석 규모 아담하지만
전 좌석 리클라이너 배치
매점·휴게실 등 완벽 구비
관람료 일반 7000원 저렴
금·토·일·공휴일만 운영
운동·건강체크·행정업무
원스톱 처리 가능 ‘눈길’

태백 작은영화관

겨울이 시나브로 물러가고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겨우내 움츠렸던 심장이 다시 요동친다. 봄은 추억이다. 옛 풍경이 그립다.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친구들도 보고 싶다. 그렇게 싫었던 학창 시절 교복도 입고 싶다. 구구절절했던 첫사랑의 기억도 오롯이 떠오른다. 추억을 아우르고 추억을 수집하고 싶다. 영화 한 편 어떨까. 맛집을 찾아다니듯 영화관 투어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전국 팔도 도시들을 둘러보면 모두 큼지막한데, 태백은 작은 영화관이다. 말 그대로 아담하다. 규모는 작지만 크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은 영화관 너머에 살아 숨쉬는 태백의 희로애락 발자취를 그대들이 채색하고 완성해 보면 어떨까.

■ 태백, 극장(劇場)의 기억

영화관, 상영관이라고 한다. 극장이라고도 한다. 질문을 던지겠다. 어떤 표현이 익숙한가. 전자는 신세대, 후자는 쉰세대이다. 예전 태백에는 4~5곳의 극장이 있었다. 1세대 영화관은 시장통에 위치한 보성극장. 언제 개관하고, 얼마나 운영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옛날 연일 매진을 기록했던 유명세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50여 년 전 최대 인구가 13만명이었으니 인기 많은 영화의 경우 늘어선 줄이 100m가 넘기도 했다. 마지막 영화관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인근에 자리한 메르디앙 시네마. 16년 전인 2009년 문을 닫았다.

영화관은 영화를 보는 장소 이상의 특별함을 품고 있다. 극장은 대게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약속을 잡을 때 ‘○○극장 앞에서 만나자’라고 했다. 소위 ‘만남의 광장’이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쿨시네마’가 메르디앙 시네마에서 열리기도 했다.

첫 데이트를 하며 수줍게 손을 잡던 커플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싱글들,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한 가족들, 쉬는 날 스트레스를 풀러 온 광부들, 단체로 학교에서 온 학생들, 학교 땡땡이를 치고 온 날라리(?) 학생들, 용돈을 아끼기 위해 아침 시간대 조조할인을 이용하는 청춘들…. 다양한 이야기가 극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펼쳐졌다. 탄광촌 극장은 문화예술과 희망, 사랑이 싹트는 지상낙원이었다.

■ 광산촌 최초 아파트에 피어난 작은 영화관

장성동 소재 태백 작은 영화관은 지난해 5월 개관, 아직 1년도 안 된 따끈따끈한 신상 영화관이다. 이 자리에는 전국 광산촌 최초의 아파트인 화광아파트가 있었다. 1978년 6월 30일 건립됐다.

석탄 전성기 시절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대한석탄공사 광부와 가족들을 위해 주거복지 차원에서 지상 3층, 23개동, 320세대 규모로 지어졌다. 방 2개, 주방, 현관이 있는 최신식 구조다. 당시 아파트는 부의 상징인 ‘드림 하우스’로 불려 화광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석탄산업 침체로 광부들이 떠나고, 아파트가 노후돼 42년 만인 2020년 철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자리에 지역 숙원인 작은 영화관이 15년 만에 지어지면서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극장이 없던 시절 주민들은 1∼2시간 거리의 동해, 강릉, 원주 등 타지역으로 이동해 영화 관람을 하는 불편을 겪었다. 균형발전과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태백 작은 영화관 건립 사업 등이 추진됐다. 옛것을 기억하고 새롭게 발전시킨 온고지신(溫故知新) 역사의 장이다.

■ 태백 작은 영화관 매력 속으로

영화관 투어로 안성맞춤이다. 규모 등에서 대형 영화관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소도시, 소극장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분명 있다. 복합커뮤니티센터 3층에 있다. 총 2관 103석(1관 67석, 2관 36석) 규모로 아담하지만 매점, 휴게실 등 있을 건 다 있다.

극장 내부에 들어서면 일단 한번 놀란다. 너무 작아서. 느림의 미학이 있듯 큰 영화관이 아닌 작은 영화관의 설렘이 있다. 좌석이든, 조명이든, 사람이든, 한눈에 다 들어온다. 내 자리를 찾는 건 식은 죽 먹기. 좌석 번호도 단순히 1번, 2번, 3번 등으로 돼 있어 연령 불문 누구나 영화관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좌석과 벽, 바닥 등 극장 내부가 짙은 회색과 갈색톤으로 채워져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리클라이너가 전 좌석에 배치된 것도 눈길을 끈다. 등받이나 발 받침대를 원하는 각도로 조절할 수 있고 좌석 간격이 넓어 프라이빗한 공간감이 장점이다. 3D 화면에 움직임, 진동, 바람, 향기 등 오감 요소가 추가된 4D 체험도 가능하다.

저렴한 관람료도 경쟁력이다. 일반 7000원, 국가유공자, 장애인, 만 18세 이하 학생, 군인, 65세 이상 노인은 할인돼 6000원이다.

현재 매주 금, 토, 일, 공휴일만 운영되는 비상설 영화관이지만, 좌석 점유율 등이 높아지고 있어 상설 영화관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4월부터는 태백시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 운영한다.

영화 관람부터 운동, 건강 체크, 행정업무까지 원스톱 활동이 가능한 것도 큰 매력이다. 영화관 건물인 복합커뮤니티센터에는 건강생활지원센터, 재활보건 사업실, 실내 수영장, 다 함께 돌봄센터, 보건교육실, 수유실, 다목적 체육관 등이 있다. 인근 문화 플랫폼에는 시설관리공단, 시설사업소 등 태백시 산하기관과 사업소, 전시관,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태백 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며 마음의 양식을 쌓고, 잊혀져가는 탄광촌 희로애락 삶을 기억하는 길에 많은 이들이 동행하기를 기대한다.

김우열 woo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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