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에 둥지 튼 흰꼬리수리, 인간 간섭에 품던 알 포기
[앵커]
지난해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번식에 성공했던 흰꼬리수리, KBS가 생생히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올해도 흰꼬리수리 한 쌍이 찾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는데, 품던 알을 최근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송명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멸종위기 1급 흰꼬리수리, 지난해 24년 만에 국내에서 번식이 확인됐습니다.
이곳에서 1.5 킬로미터 떨어진 송전탑, 30미터 높이에 둥지가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반나절 넘도록 흰꼬리수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최종인/시화호지킴이 : "그냥 떠난 거죠, 저건. 여기서 보면 (흰꼬리수리가) 둥지를 쓰겠다고 그러면 저기 머리가 딱 보여야 해요."]
알은 낳았을까.
하늘에서 본 둥지. 지름 1.5미터, 가장자리를 단단한 가지로 엮었고, 속은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작고 하얀 알 한 개.
하지만, 깨져 있습니다.
[최종인/시화호지킴이 : "(알을 까치가) 파먹었네, 파먹은 거 같아요. 둥지를 뜨면 까치가 공격하거든요."]
얼마 전까지도 알과 둥지를 지키려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박완혁/목격자/지난 8일/원거리 촬영 : "큰부리까마귀가 가까이 와서 위협을 해도 둥지에 있는 개체는 가만히 있고 밖에 있는 개체가 쫓아내는 등의 행동을 해서 아 둥지에 뭔가 중요한 게 있구나…."]
사달이 난 건 다음날.
[박완혁/목격자/지난 9일/원거리 촬영 : "멀리서 봐도 두 마리가 날고 있는 게 보여서 어 둘 다 날고 있으면 안 될 텐데 하고 이제 그 둥지 쪽을 보니까 사람들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카메라가) 찰칵찰칵 소리를 내니까 다시 멀어졌다가 그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고."]
["얼마나 많이 다녔으면 이 갈대밭에 길이 났잖아요."]
[최종인/시화호지킴이 : "올해 실패했다면 내년에 와서 안전하게 둥지를 틀어야 하는데 내년에도 만약에 이렇게 간섭한다고 하면 또 실패하잖아요. 그러면 개체 수는 줄어들고 여기를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김한규/경희대 생물학과 조교수 : "미국이나 유럽, 영국 같은 경우는 번식기 동안은 적어도 100m 이내로는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고요. 이걸 어겼거나 이걸로 인해서 번식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과태료를 강하게 부과하고 실형을 받습니다."]
어렵게 찾아온 공존의 기회, 사람의 욕심으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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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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