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야권 유력 대선 주자’ 긴급체포…전국서 반대 시위 확산
테러 지원·부패 등 혐의…‘표적 수사’ 논란도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야당 정치인이 테러 및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되며 정국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시위를 금지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까지 틀어막는 등 비판 여론 차단에 주력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파장은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사진)이 19일(현지시간) 경찰에 전격 체포되며 시작됐다. 아나돌루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이마모을루 시장을 비롯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 소속 시장과 국회의원 7명이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지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해선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사업가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며 그를 포함해 약 100명의 용의자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체포 직전 자신의 SNS에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에 굴하지 않고 버틸 것”이라고 썼다. 수사 당국의 긴급체포는 전날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교인 이스탄불대학교가 그의 학사학위를 취소하며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후 이뤄졌다. 튀르키예에선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오는 23일 예정된 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미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서고 있었다. 일련의 조치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표적 수사라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다음 대선은 2028년에 예정돼 있으나, 조기 대선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연임 제한에 직면했는데, 그가 재출마를 위해 조기 대선을 실시하며 임기 만료 전 한 번 더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집권여당이 참패한 지난해 3월 지방선거에서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이스탄불 시장 재선에 성공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 장기집권에 맞설 대항마로 부상했다. 공화인민당 등 야당은 “유력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4일간 집회를 금지하고 이스탄불 주요 도로를 봉쇄하는 등 사전 조치를 했다. 주요 SNS 접속도 차단했다. 그러나 정부와 수사 당국을 비판하는 시위는 확산하고 있다.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 수천명이 모여 체포에 항의했다.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이날 한때 달러당 42리라까지 치솟아 역대 최저치로 폭락한 뒤 달러당 37.7리라로 마감했다. 튀르키예 증시 대표지수인 BIST 100지수도 장중 9% 가까이 급락해 한때 주식거래가 중단됐다.
유럽연합(EU)과 국제인권단체 등도 체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입장을 냈다. 일마즈 툰즈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사법 조사를 우리 대통령과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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